조양호 회장 딸구속 쇼크..그룹결정 모두 새해로 미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그는 백발을 들어 하늘을 올려 봤다. 이내 차에서 내린 그의 어깨에 눈이 스몄다. 인사하는 경비원에게 목례만 건넬 뿐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검은색 넥타이가 그의 목을 바닥으로 내렸다.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31일 오전 7시45분께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으로 출근했다.
조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된 지 불과 9시간만이다.
그의 얼굴에는 27일간의 '땅콩 리턴' 사태의 결과로 구속된 맏딸의 얼굴도 그려졌다.
한진그룹 회장으로서의 근엄함보다는 자식이 구속된 아비로서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비쳐졌다.
조 회장은 땅콩리턴 사건이 확산되자, 국민들에게 "조현아의 아비로서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제 잘못입니다"라며 국민에게 사죄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구속 수감에 따른 충격이 크지만 조 회장은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사무실에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대한항공 임원인사를 포함한 그룹 내 임원인사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결제서류들이 그를 기다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보름 뒤 들이닥칠 IOC위원들과의 회의 준비도 그의 일이었다.
출근 길 기자와 만난 조 회장은 아무 말 없이 기자에게 눈인사만 하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딸 일과 무관하게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딸의 잘못을 통감하고 아버지로서의 고뇌가 커지면서 조 회장이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임직원의 전언이다.
대한항공 및 계열사 임원 인사 등 산적한 일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채 미뤄지고 있으며, 육상물류기업 한진,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인사도 해를 넘기게 됐다.
한편 조 회장에게 맏이 조 전 부사장은 남다른 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한항공에 입사한 해인 지난 1974년 조 전 부사장이 태어났다. 조 회장은 경영일정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초·중·고 입학식, 졸업식도 함께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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