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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뱅킹 범죄, 정부가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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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발신번호 변작 막기로 한 후 진척 없어
최근 대포통장 범죄 증가에 속수무책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정부가 이미 2년 전 발신번호 변작(變作)에 의한 텔레뱅킹 범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고도 미적거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사이 지역농협 거액 무단 인출사건처럼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만 불어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불어나는 텔레뱅킹 범죄는 계좌 주인의 전화번호로 변작해 들어와 인출을 시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소비자는 텔레뱅킹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지정 전화번호'를 적기 때문에 내 휴대전화만 분실하지 않는다면 텔레뱅킹을 이용한 범죄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텔레뱅킹은 발신번호 변작에 속수무책이다. 지역농협에서 범인이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사칭해 사흘간 41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빼가는 사이 지역농협 전산망은 번호 변작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2년 전 이를 원천봉쇄할 수단을 강구하고도 후속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발신번호를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으로 변작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송금을 유도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을 마련하며 '발신번호 변작방지 대응센터'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대응센터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은 수신자 단말기 화면에 뜨는 모든 해외발신 국제전화번호 앞에 00X, 00XXX 같은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표시하고 공공기관 번호를 사칭한 전화를 통화 자체를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강력한 대책에 힘입어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2년 상반기 1만1244건에서 2014년 상반기 5795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이 막힌 범인들이 대포통장을 이용한 고전적 사기수법에 몰리면서 대포통장 숫자는 2012년 3만7524좌, 2013년 3만7883좌, 2014년 상반기 2만2887좌로 증가하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방지 대응센터를 가동했더라면 보이스피싱과 번호 변작을 이용한 대포통장 범죄를 동시에 줄일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금융보안 전문가는 "금융사는 발신번호가 변작해 걸려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다"며 "결국 통신사가 이를 알려주는 수밖에 없는데 법적인 권한과 의무가 없어 대응센터의 역할이 절실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번호 변작을 통신사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발신번호 변작방지 대응센터를 세우겠다고 공언한 지 2년3개월이 지난 올해 9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4월 시행된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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