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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뱅킹 범죄 급증 "7년간 한번도 쓴적 없었는데 털어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은행·증권 가릴 것 없이 피해…'FDS 늑장 도입' 금융권에 비난 봇물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지역농협에서 일어난 거액 인출사건 이후 텔레뱅킹을 통해 금융범죄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 거주하는 권 모 씨(34)는 A증권사 종합자산관리(CMA)계좌에 있던 돈 3000여만원이 새벽3시 경부터 1∼30분 간격으로 8곳의 계좌에 송금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용의자는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 텔레뱅킹을 시도했고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권 씨는 7년간 한 번도 텔레뱅킹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해당 증권사에서는 수상한 거래를 막지 못했다. 해당 증권사는 이 사고가 보고된 후에나 지정번호로만 텔레뱅킹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B은행 계좌를 보유한 이 모 씨(39)의 돈 600여만원이 텔레뱅킹으로 무단 이체됐다.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3차례에 걸쳐 대포통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범인은 증권사 CMA 계좌와 연동돼 백스윙된 200만원까지 털어갔다. 이 씨는 텔레뱅킹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을 통해 보안카드 번호를 외부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은행은 텔레뱅킹 피해보상을 위해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사와 계약을 했지만 이 씨의 경우는 소급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C은행 통장에서도 지난 8월 김 모 씨의 돈 600여만원이 텔레뱅킹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며 텔레뱅킹을 신청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아 서비스가 제한된 상태였다. 용의자는 이 은행 고객센터 자동응답서비스를 이용해 피해자의 텔레뱅킹 서비스를 재신청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 사례 대부분은 중국에서 텔레뱅킹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같다. 또 대포통장으로 수번에 걸쳐 송금했는데도 금융사가 수상한 거래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에 늑장을 부리는 금융권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편, 지역농협에서 일어난 1억2000여만원 무단 인출사건에 대해 농협은 농협손해보험과 함께 보상금 지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상호금융검사국이 농협중앙회의 전산망 해킹 여부와 소비자 과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어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상액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지난 2일 긴급현안보고를 갖고 농협을 질타했고 진웅섭 금감원장도 임원회의를 통해 “비대면 전자금융사고 원인 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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