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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뱅킹 털려도 보상안해준다고?…전자금융사기 판례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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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과실 여부 애매한데…헷갈리는 '전자금융거래법 규정'

지난 1월 농협 보이스피싱, 대법원까지 중대과실 인정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제2항 핵심근거 작용, 은행 손 들어줘
법체계 미비…OTP카드 사용 등 본인이 주의하는게 최선책

텔레뱅킹 털려도 보상안해준다고?…전자금융사기 판례 들여다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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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텔레뱅킹에서 돈이 무단으로 인출되는 사고가 터지면서 앞서 제기된 다른 전자금융사기 판결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피해자의 '고의ㆍ중과실'을 따지는 전자금융거래법 제 9조 2항과 제8조 시행령이다.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피해자 과실이 없을 때 은행 배상이 전액 이뤄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피해자의 중과실 여부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전액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피해자 줄패소 판례 있어 = 법조계에서는 이번 텔레뱅킹 사건과 가장 유사한 판례로 지난 1월 대법원까지 간 농협은행 계좌 보이스피싱 사건을 들었다. 전자금융거래법 피해자 고의중과실 책임이 적용된 대법원의 첫판례이기 때문에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A씨가 농협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 1월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은행이 달리 져야할 주의의무가 있다거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2년 3월 검사를 사칭한 금융사기범에게 속아 가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공인인증서 재발급에 필수적인 주민등록번호, 농협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는 물론 보안카드 번호와 그 비밀번호까지 모두 입력해 결국 1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전화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이 빈발해 사회적 경각심이 높았던 점 ▲A씨는 가해자로부터 국제전화를 받는 순간 이상하다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 A씨가 어렴풋이나마 의심을 품으면서도 통상적인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필요한 정보를 보이스피싱범에게 모두 스스로 내준 셈이라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1ㆍ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모두 은행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제 9조 제2항이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안보용 김앤장 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전자금융거래법의 중과실 책임이 인정돼 대법원까지 간 판례라 유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고의 중과실 입증 어려워…'조정'으로 갈 가능성 높아 = 전문가들은 이 사건 처럼 피해자에게 명백한 과실이 없더라고 이를 증명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으로 다뤄져 보상비율이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보용 변호사는 "전자금융사기는 사안의 특성상 사건기록을 제시하거나 사실을 인정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고의중과실여부 때문에 조정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조 등 금융사고가 일어난 구체적인 경위, 수법의 내용 및 그 수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금융거래 이용자의 직업 및 금융거래 이용경력 등 제반 사정이 고려되기 때문에 지난한 다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런 사건이 한건, 두건 수준이면 괜찮지만, 피해자 배상한 판례가 선례로 남으면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용자들이 줄배상을 할 수 있고, 규모가 커지면 은행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가입한 보험사의 손해사정인을 통해 피해자의 고의 중과실을 입증하려 애쓸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 변호사는 "미국처럼 (이런 텔레뱅킹 보안 사고에 있어) 일정금액만 피해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형태의 사이버배상책임보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배상책임보험은 이비즈니스, 인터넷네트워크, 정보자산 등 사이버리스크와 관련해 계약자와 제3자가 리스크를 담보하는 보험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 최선의 대책은 보안카드를 OTP카드로 바꾸는 것이다. 박근태 금융감독원 IT보안 팀장은 "대부분 보안카드에서 사고가 났다. 보안카드는 반복적으로 같은 숫자를 쓰지만, OTP카드는 비밀번호가 매번 다르게 생성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텔레뱅킹 등록자는 4088만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 이용하는 고객은 1184만명에 이른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대면거래ㆍATM기,인터넷뱅킹ㆍ텔레뱅킹) 입출금 거래에서 텔레뱅킹 비중은 13%에 달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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