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올 9월 국내은행 외화대출 잔액이 전년 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외화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약 2000억원의 환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거주자 외화대출이 올 9월 말 기준 253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억8000만달러(0.7%) 증가한 수치다.
미국 달러화 대출은 기업들의 무역결제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19억3000만달러 늘었다. 엔화 대출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원화대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17억9000만달러가 감소했다.
외화대출 차주는 환율하락 등으로 약 2000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엔화대출 차주는 2분기 이후 원·엔 환율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환차손 규모가 지난해 말 20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9월 말 기준 달러화 대출 평균금리는 2.68%, 엔화대출 평균금리는 2.97%로 각각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 0.26%포인트 하락했다. 조성래 외환감독국장은 "1~9월 중 주요 선진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 데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외화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외화대출비율은 각각 0.47%, 1.62%로 전년 말 대비 0.04%포인트, 0.22%포인트 하락했다.
조 국장은 "2010년 말 이후 감소하던 외화대출은 1분기 중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엔저 영향으로 다시 감소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엔화 대출의 경우 금리 하락과 엔화 약세 지속 등으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줄고 환차손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국내외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향후 차주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건전성도 악화될 우려가 있어 대내외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연간 외화부실자산 정리계획에 따른 각 은행의 이행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미흡한 은행에 대해서는 개별 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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