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셋 리미티드(SUNSET LIMITED)’. 한정본 노을? 이게 무슨 철학적인 의미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선셋 리미티드는 지하철 역 이름이고, 그 역사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뛰어내린 백인 교수와 그를 구한 흑인 성직자가 한 시간 반 내내 설전을 벌이는 것이 끝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인생이 살 만하다는 것을 논증해보라. 왜 자살을 해야 하는지 논증해보라. 두 가지 질문 앞에서 두 인간은 정말 열심히 싸운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말문이 막힌 성직자의 모습과 거침없는 논변으로 자살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관해 설득시키고는 그곳을 빠져나가는 교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란 말인가.
영화에는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지는데, 이거 하나는 잊히지 않는다. "의심을 하는 것과 의문을 하는 것은 다른 것이오. 의심은 파괴하고 소멸하고자 하는 질문이고, 의문은 완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오. 즉 의심하는 것은 0%의 욕망이고, 의문을 가지는 것은 100%의 욕망이라네."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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