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 "방통위 개입은 자율권 침해" 주장 내놓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나라 방송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재송신료'이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90%에 달하는 가운데 지상파를 재송신하는 대가로 얼마를 지불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형 스포츠 경기 등이 벌어질 때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체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방송시청불가(블랙아웃)' 사태에 이르는 등 문제가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에 관한 '직권조정제도' 등을 골자로 한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시장의 계약 당사자 간 자율적 협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원칙과 사적자치원칙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관련 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는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지상파 재송신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 발생이 우려될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방송재개를 강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장 내 자율적 협상과정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개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유료플랫폼사업자들을 상대로 수 년 동안의 법적 대응과 갈등과정을 거치며 어렵게 협상테이블이 마련됐다"며 "정부가 재송신을 강제하게 되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진 유료플랫폼사업자들의 협상력만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안은 자율적 콘텐츠 시장 질서를 붕괴시키고 사업자의 사업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문제투성이 개정안"이라며 "구태의연한 시장개입 대신 협상과 계약을 중시하는 건전한 방송환경 구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는데 무엇보다 협상에 있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며 "방통위의 재송신료 가이드라인은 블랙아웃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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