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부진에 빠진 경제 회생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2월 ECB 회의에서 회사채 매입이 논의될 것이라는 익명의 ECB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이는 하루 전 ECB가 커버드 본드 매입을 시작한 직후 나온 것이다. ECB의 금리인하와 목표장기대출(TLTRO) 시행, 커버드 본드 매입,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패키지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인 셈이다.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목적인 목표장기대출(TLTRO)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830억유로에 그치고 있다. 커버드 본드와 ABS 매입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회사채 매입은 앞선 조치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회사채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유로에 달한다. JP모건은 ECB가 약 500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일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민간에 자금을 융통시켜 부진한 경제 흐름을 되돌려야 할 만큼 현재 유럽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ECB의 커버드 본드 매입 조치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이 많다.
ECB 내부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CB측도 공식적으로는 논의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회사채 매입 가능성에 환호하는 모양새다. 이날 마감된 유럽증시는 일제히 강세로 마감했다. 프랑스 증시가 2.25%, 독일 증시가 1.94%나 급등했다. 반대로 유로화는 달러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그만큼 이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시장이 보여준 셈이다.
ECB가 추가적인 경제부흥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은 고위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예고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초에도 "비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규모와 조합을 변경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었다.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한 애널리스트는 "ECB가 밝혔던 2012년 수준의 재무제표에 도달하겠다는 목표가 실패할 경우 회사채 매입이 시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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