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리스발 금융불안 확산…제2의 재정위기 오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1초

국채금리 급등·증시 급락…"2009년 재정불안 데자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그리스에서 시작된 주식·채권 팔자세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제2의 재정위기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16일(현지시간) 그리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9%를 돌파했다 이후 8.96%로 마감됐다. 지난달 초 5.5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국채금리가 한 달만에 3%포인트 넘게 급등한 것이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그리스 주식시장에도 매도세가 유입됐다. 그리스 ASE 지수는 최근 3일 동안 14% 넘게 폭락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그리스발 위기는 주변국으로 전염되고 있다. 전날 유럽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데 이어 이날 독일을 제외한 대다수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장중 4%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영국 FTSE 100 지수와 프랑스 CAC 40 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틀 연속 올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도 0.13%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팔자세 확산에 대해 유로존 재정위기 직전인 2009년 말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불안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유럽발 부채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유럽 경제가 재정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빠른 이탈은 다른 위기의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잇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10년물 국채와 그리스 국채 간 스프레드(금리격차) 확대 속도가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만큼 빠르다고 전했다. 유럽 내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사상 최저치인 0.75%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들은 유럽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3%로 1년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저널은 유로존에서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를 바로잡을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로존이 재정목표와 구제금융 절차, 은행 규제 등 기존 제도를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6월 금리인하 이후 자산유동화증권(ABS)·커버드본드 매입 등 잇따른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그러나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소재 자산운용사 KCM의 빌리암 데 프리스 채권 대표는 팔자세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해 "ECB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드라기 총재가 이제 다른 카드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 투자자들은 주식·채권에서 돈을 빼 현금성 자산 투자로 돌리고 있다. 펀드정보 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머니마켓펀드(MMF)로 234억6000만달러(약 24조9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주당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