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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792위 윌슨의 '228전22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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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만 아홉 차례 올리버 윌슨, '골프 성지(聖地)'서 매킬로이 격침

세계랭킹 792위 윌슨의 '228전229기' 올리버 윌슨(왼쪽)이 알프레드던힐 우승 직후 올드코스의 명물 스윌컨 브릿지에서 아내 로렌과 기쁨의 키스를 나누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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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우승이 확정된 뒤 아내 로렌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228전 229기'의 주인공 올리버 윌슨(잉글랜드)이다. 시드가 없어 초청선수로 간신히 출전했고, 그것도 '골프 성지(聖地)'에서, 세계랭킹 792위가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격침시키는 올 시즌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6일 새벽(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유러피언(EPGA)투어 알프레드던힐링크스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다.


2004년부터 EPGA투어에 합류해 2위만 아홉 차례를 차지하는 등 지독하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선수다. 지난해와 올해는 더욱이 35세의 나이에 2부 투어 격인 챌린지투어에서 내년도 투어카드 확보를 위해 와신상담하는 처지였다. 이번 대회가 어쩌면 마지막 정규투어 등판이었을 수도 있다. 윌슨이 "컷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고 소박한 출사표를 던졌던 이유다.

하지만 첫날 커누스티(파72)에서 8언더파를 몰아쳐 상황이 달라졌다. 둘째날 킹스반스(파72)에서 이븐파로 주춤했지만 전날 올드코스에서 다시 7언더파를 보태 3타 차 선두로 올라서는 등 기회가 찾아왔다. 이 대회가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어우러져 서로 다른 3개 코스를 순회하는 프로암 스타일로 치러지는 무대다. 3라운드 직후 '컷 오프', 60명의 선수가 최종일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모여 막판 진검승부를 펼친다.


윌슨은 이날 다시 가시밭길을 걸었다.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는 순간 매킬로이와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등 추격자들에게 동타를 허용해 '3타 차의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후반 10, 11번홀의 연속버디로 버텼고, 리치 람시(스코틀랜드)가 15번홀(파4)까지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가 16, 17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해 4명이 치열한 몸싸움을 전개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16번홀(파4) 버디가 우승의 동력이 됐다. 바람에 순응해 드라이빙 아이언 티 샷이라는 독특한 전략으로 두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그 사이 매킬로이는 17번홀(파4) 보기와 18번홀(파4) 버디를 맞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8번홀 버디퍼트는 빗나갔지만 동반플레이를 펼치던 플릿우드의 연장전으로 가는 2m 버디퍼팅도 홀을 스쳐 마침내 '윌슨 스토리'가 완성됐다.


우승상금이 78만3000달러(8억4000만원), 지난 3년간 투어에서 번 42만5000달러의 두 배에 가까웠다. 윌슨에게는 당연히 투어카드라는 짭짤한 전리품이 가장 소중했다. "16번홀의 샷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었다"는 윌슨 역시 "바람을 종잡을 수 없었지만 후반에는 아주 좋은 샷이 여러 차례 나왔다"며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아직도 믿기 어렵다"고 환호했다. 매킬로이와 플릿우드, 람시는 공동 2위(16언더파 272타)에서 입맛을 다셨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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