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민 이익 보장할 수 있도록 '공공관리제+α' 필요"
공공이 정비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공공조합원제' 등 제안
국토부·건설업계는 공공관리제 축소 원해 지원범위 논란될 듯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금융위기 이후 뉴타운 등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진 가운데 노후 주거지 재생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거주민들의 생활편의 개선을 위해서는 정비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해 정비사업 투명성을 높인 후에도 부족한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로서는 마냥 지원하기도 어려워 공공의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 폭과 범위에 대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정비사업, 앞으로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고민들이 묻어났다. 먼저 이승주 서경대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비사업 수준만으로는 주민들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무리가 있고 갈수록 공공 관여를 줄이려고 하는데, 공공조합원제를 도입하는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공공조합원 제도는 재개발ㆍ재건축 구역 내 공공용지를 소유한 공공기관도 조합원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다. 공공이 사업참여자가 되면 사업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국공유지 매입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 참여한 지분만큼 분양받으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공공조합원 제도는 ▲공공이 조합원 지위 획득 가능여부 ▲공공의 조합의 의사결정을 좌우 ▲국유재산 처분권 문제 등을 이유로 2011년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됐었다. 그렇지만 추진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남 교수는 "법적으로 공공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있고 정관에서 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 의결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나 LH, 도시계획 전문가 등을 대리인으로 활용하면 자율성과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전환하고 ▲사업관리(CM)기능 확대 ▲공공조합원제 도입 ▲임대주택ㆍ공유지 매입시기 조정 ▲기반시설 순부담률 완화 등을 제시했다. 현행 도정법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업무 범위를 축소해 설계도서나 공사비, 계약과 관련해 검토할 주체가 없어 사업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부담으로 작용하는 '기반시설 순 부담률'을 완화하고 공유지 매입시기를 준공 이후로 미루면 금융비용이 줄어들 수 있어 시공사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주장은 공공관리제를 축소하려는 국토부와 건설업계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공공관리제가 시공사 선정 시점을 늦춰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시점을 앞당기거나 의무제인 공공관리제를 선택제로 바꾸자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지원제+α'라는 해법을 제시했지만 건설업계나 국토부는 '공공관리제 축소' 입장이어서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9ㆍ1대책에서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완화한 데 대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아파트 문제를 시장원리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유지관리가 부실해져 노후아파트 주거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일괄적으로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기보다는 저비용 맞춤형 리모델링 정책을 개발하고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주거불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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