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우량 그리스 은행 ABS는 매입하자" vs 바이트만 "위험 커져 반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가 또 다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드라기와 바이트만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과 관련,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자산을 매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ABS 매입은 지난달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다. 이번 달에 그 세부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ECB는 담보로서 ABS를 매입할 때 투자 적격 등급인 BBB 등급 이상의 자산만 매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매입 대상 은행의 ABS는 그 은행의 귀속 국가 신용등급의 영향을 받는다. 즉 이 규정이 적용되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정크 등급을 받고 있는 그리스와 키프로스 은행의 ABS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이 규정에 대한 조건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ECB가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ABS 중 신용등급이 높은 안전한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능한 한 매입할 수 있는 ABS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독일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고 이미 갈등 관계인 ECB와 분데스방크 간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이미 ABS 매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ECB의 위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ABS 매입이 ECB의 통화정책 기능과 은행감독 기능 간의 이익이 상충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ABS는 중 신용등급이 우량한 선순위 트란셰에 포함될 수 있는 자산은 유럽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은행들에는 수십억유로의 유동성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다. 이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양 국 중소기업들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ECB의 ABS 매입 조건이 완화되면 그리스 은행 시스템과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CB의 한 관계자는 ECB 운영위원회의 안건은 비공개 사항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FT는 ABS 매입과 관련해 정크 등급의 채권들로 구성된 메자닌 트란셰 매입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빠질 것이라고 앞서 보도한 바 있다. 메자닌 트란셰는 통상 BBB 등급 이하의 낮은 등급의 자산으로 구성된다.
드라기 총재는 메자닌 트란셰 매입과 관련해서는 회원국이 손실을 감당하겠다는 동의가 있으면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ECB가 신용등급이 높은 자산만을 매입하면 ABS 매입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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