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트란셰 매입 여부 논란+EU 집행위도 구성 안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ECB가 당초 약속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 본드 매입에 관한 세부 계획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CB는 지난 4일 있었던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결정하면서 ABS와 커버드 본드 매입 계획을 공개하며 그 세부 내용을 10월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10월 말까지 자산 매입 계획 중 ABS 매입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는 ECB가 답변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BS 매입 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물리적으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드라기 총재는 앞서 ABS 매입과 관련해 ECB가 안전한 선순위 트란셰를 매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낮은 신용등급의 자산으로 구성된 메자닌 트란셰를 매입하지 않으면 별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BS란 기업의 부동산을 비롯해 미수금(매출채권), 금융기관 대출금 등 여러가지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을 뜻한다. 발행 과정은 이렇다. 기업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SPC에 매각이 쉽지 않은 부동산이나 부실 채권을 매각한다. SPC는 모기업으로부터 인수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 때 발행되는 채권이 ABS다.
ABS는 기초자산의 우량 정도에 구분되는데 메자닌 트란셰는 통상 BBB 등급 이하의 낮은 신용등급 자산을 기초로 한 위험한 자산이다. ECB는 이런 위험한 메자닌 트란셰 매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그렇게 되면 결국 ABS 매입의 정책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메자닌 트란셰 매입에 대해서는 유럽 각국 정부가 손실을 보증해 준다는 전제 하에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자닌 트란셰 매입에 대한 결정권을 각국 정부에 넘긴 셈이다.
하지만 현재 독일과 프랑스는 ECB의 메자닌 트란셰 매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EU 집행위원회가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 했다는 점은 물리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번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명한 집행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U 집행위가 구성되지 않은만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10월 말까지는 메자닌 트란셰 매입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 같지 않다고 FT는 설명했다. 따라서 ECB가 자산 매입에 대한 세부 계획을 공개해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ABS 매입에 대한 세부 계획은 빠질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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