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단통법 핵심조항 분리공시 제외 결정
투명한 이통시장 보다 경제 활성화에 초점 맞춘 듯
이통사 당혹…단통법 초기 안정정착 의문
정치권도 강력 반발…야당, 단말기 완전자급제 본격 추진 예정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투명한 이동통신 시장이냐 경제활성화냐'
규제개혁위원회의 선택은 '경제활성화'였다.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는 이동통신시장 질서를 바로잡고자 내달 1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하부 고시에서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분리 공시하는 내용을 제외했다.
분리공시제는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조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리공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영업기밀 유출을 이유로 반대에 나섰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삼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규개위는 결국 기재부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통시장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영향이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을 들인 단통법의 핵심조항인 분리공시가 빠지면서 제도 자체가 김빠진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분리공시가 빠진 채로 가게 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분리공시 도입을 못한 데 따른 책임은 기재부와 산자부가 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장 분리공시에 초점을 맞춘 이동통신사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A 이통사 관계자는 "심사 결과가 당황스럽다"면서 "분리공시는 단통법 실효성 측면에서 필요한데 결렬돼 단통법이 잘 정착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B이통사 관계자도 "단말기 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등 법의 취지 달성을 위해 분리공시 도입이 반드시 필요 하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 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향후 법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세부 운영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분리공시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C 이통사 관계자는 "법령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장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들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반쪽 법안이 될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미래창조방송통신과학위원회 야당 간사)은 "고시안 확정을 앞두고 기재부가 삼성전자 입장을 대변한 셈"며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미방위 소속)도 "당초 원안에는 분리공시가 없었던 것인데 미래부와 방통위가 포함시킨 것"이라며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국 보조금 총량이 얼마나 줄어드는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당은 내년부터 이동통신사에서 휴대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인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단통법에서 분리공시가 빠지게 되면서 단말기 자급제 도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투명한 이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리공시는 애시당초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며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나누게 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분리공시 논의자체가 필요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의원은 이어 "단말기 자급제를 추진을 본격화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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