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만 1조7000억 보유
사이버 테러 80% 일으킨 北 해커
북한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양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업체인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북한 해커 집단 라자루스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1만3441개로 집계됐다. 이는 테슬라가 보유한 1만1509개보다 약 2000개 이상 많은 수치다.
이를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11억4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동안 머스크 CEO가 세계 3위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로 북한이 3위로 올라서고 머스크는 4위로 밀려났다. 북한이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가상화폐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전체 가상화폐 보유 규모는 이보다 2~13배 정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3년에 6억6100만 달러, 2024년에는 13억4000만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탈취했으며, 이 둘만 합쳐도 20억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북한의 해킹 능력은 정찰총국 산하에 여러 집단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정찰총국 전체 조직원은 약 5만명, 그중 해커는 약 1만명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단일 국가가 보유한 해커 부대 규모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도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인 탈취, 가짜 뉴스 유포, 바이러스 살포 등 사이버 테러의 약 80% 이상을 북한 해커들이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대형 조직만 해도 김숙희, 라자루스, 안다리엘, 스카크로프트 등 4개 조직이 있으며, 특히 이들은 코인 탈취에 전문화되어 있다. 북한은 비트코인이 출시된 2009년 이후부터 코인 전문 해커들을 대거 양성해왔다. 이들은 전 세계 코인 거래소와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도 우회 환전 지속
북한은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우호적인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가상화폐 계좌를 만들어 돈을 옮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러 제재와 대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서 달러 환전이 어려워졌다. 이에 북한은 전 세계 어디서든 코인 장물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사업가들과의 거래가 확인되었고, 중남미 마약 조직, 알카에다, 예멘 후티 반군과 같은 반군 조직들과도 거래한다는 정보가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위험한 거래인 만큼, 북한은 실제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비트코인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 비트코인의 우회 환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화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실제 비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압수한 비트코인만 21만개로 약 190억달러, 우리 돈으로 28조원이 넘는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비트코인 자산을 노리고 탈취에 성공할 경우,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크게 폭락하거나 흔들릴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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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 자산은 전 세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위협받으면 가상화폐 자체의 자산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의 보안성을 통합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과 같은 국가의 해킹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국제적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경도 PD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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