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영화 '해바라기' 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내가 생각하기엔 이것이다. 낡은 사진 한 장 들고 소련 땅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지오바나가 마침내 남편이 살고있다는 집에 들어선다. 그 집에는 젊고 예쁜 소련 여인 하나가 두려운 표정으로 지오바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희디흰 빨래는, 삶의 안락감의 표현이다. 내 남편과 저 여자가 이곳에서 단란하고 아늑한 생활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오직 안토니오만을 기다렸고, 또 안토니오만을 찾아다닌 자신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소련 여인 마샤는 어렵사리 일구어놓은 가정의 행복을 이 낯선 여자가 깰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한다. 방 안에 들어서자 예쁜 아이 하나가 있다. 마샤는 긴장된 분위기를 떨치려고 딸을 보고 괜히 소리를 지른다. "카츄샤. 이렇게 손이 더러워서 되겠니?" 아이를 데리고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긴다. 그때 지오바나는 안방에 놓인 침대 위에 있는 두동달이 베개를 본다. 베개를 보면서 소피아 로렌의 표정이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함께 흐르는 눈물을 닦았으리라. 울먹울먹 거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세면대의 물로 얼른 눈물을 씻어내는 그녀. 이 연기는 영화사를 통틀어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남편이 공장에서 귀가할 시간이 되었다. 마샤는 지오바나를 데리고 역으로 마중을 간다. 사랑하는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두 사람. 기차역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할 때 긴장과 설레임으로 남자를 찾는 두 사람. 이것이 제목이 말하는 진짜 '해바라기'가 아닐까. 마침내, 그토록 보고싶었던 안토니오의 얼굴이 보인다. 달려가는 마샤. 멀찌감치 서있는 지오바나.
황제다방을 나온 나는 4킬로미터 쯤 되는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갔다. 이 감미로운 생각을 무엇에게도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었다. 다방DJ 하나가 서비스 차원에서 음반을 가져와 들려주겠다고 한 것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것 이상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나 또한, 감히, 그 이상의 어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까닭없이 그 일이 흐뭇하고 기뻤다. 그녀를 움직인 내가, 대견했다. 스무 살의 생일선물같은 이 우연한 만남. 넋나간 사람처럼 히죽이죽 웃으며 걸으면서, 그 아름다운 얼굴을 생각했다. 가슴 속에 큰 달처럼 돋아오르는 사람.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이 짓는 작고 여린 미소. 반달 모양의 큰 눈은 인형의 눈을 닮았다. 앞머리는 처마처럼 살짝 내렸고 콧매는 또렷하고 날렵했다. 턱 부분은 통통한 느낌이 있어 귀여웠고 어깨는 좁았으나 단단해보여 고집이 느껴졌다. 목소리는 낮지만 똑똑하고 깨끗했다. 단정한 서울말씨였지만 스스로의 말을 음미하는듯 약간 느린 느낌을 주었다. 남자들은 대개 자신의 어머니나 누이, 혹은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낸 사람을 이상형의 여인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지만, 내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그런 여인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완전한 미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나는 밀려있는 공사판의 일을 허겁지겁 해결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일주일은 안토니오의 12일만큼이나 빨리 지나갔다.
10. 안토니오가 저만치서 걸어온다. 마샤를 보자 키스를 하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얼굴을 피하면서 저쪽에 서있는 지오바나를 가리킨다. 남자는 깜짝 놀라며 이쪽을 응시한다. 멀리서 서로 마주 보는 안토니오와 지오바나. 우두커니 서있는 두 사람 사이로 음악이 흐른다. 정물처럼 굳어진 두 사람 사이로 음악이 아프게 흐른다. 문득 안토니오가 몸을 움직여 그녀에게로 다가가려는 순간, 그녀는 울먹이는 표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 고개를 돌리더니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타버린다. 그리고 기찻간에 앉아서 펑펑 운다.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났다. 스스로 끝내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과 기차는 이렇게 사람을 떼어놓는다.
황제다방에, 그녀가 진행하는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다른 약속은 없었고 오직 그녀가 틀어주는 그 노래를 들으러 간 것이었다. 커피를 두잔째 마시고 있을 때, 그녀가 부쓰에 들어와 앉았다. 지난 주에 앉은 그 자리엔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고 남은 곳은 구석자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녀가 나를 볼 수 없을까 걱정을 했다. 그녀를 보자 어찌나 반가웠는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영아는 나를 보지 못한 것처럼 어둡고 쓸쓸한 얼굴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리퀘스트 함에서 메모용지 하나를 꺼내 그 노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밑에다 이렇게 붙였다. "지난 주의 약속 기억하시나요? 오늘 오면, 이 노래를 들려주신다고 약속하셨는데... 만사를 제쳐놓고 이 노래를 들으려고 달려왔답니다. 꼭 틀어주시기를." 나의 쪽지를 읽어보았는지, 그녀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두 시간이 끝날 무렵까지 앉아있었는데도 메모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끝나가자 모욕감같은 게 생겨났다. 그냥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었던가. 설마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미안하다라고 말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닌가. 넉잔 째 홀짝이는 커피의 마지막 맛이 더욱 쓰다. 그녀가 두 시간 동안 들려준 음악들은 모두 어둡고 쓸쓸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런데 지난번처럼 4시 57분이 되었을 때 그녀는 문득 이렇게 말을 한다.
"이 노래를 신청하신 분은..."
11. "이 노래를 신청하신 분은, 제게 감사를 하셔야할 거예요. 제가 사실 지난 일 주일 동안 몸살을 앓았어요. 아주 심했죠. 일도 못할 만큼 힘들었어요. 그런데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어제 대구행 기차를 탔어요. 타고가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 일일까? 하지만 약속은 소중한 거잖아요? 사장님은 오늘도 좀 쉬라고 말씀하셨지만, 이 음악을 틀어드리기 위해,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나왔어요. 나, 착하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산울림이 노래합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그리고 그녀는 부쓰 밖으로 나오더니 창백한 얼굴로 내게 목례를 하고는 지나간다. 다방 바깥으로 나갈 때, 따라갈까 하다가 나를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냥 앉아있었다. 얼굴이 괜히 벌개지고 가슴이 벌떡벌떡 뛰는 느낌이었다. 나를 보며 목례를 건네던 그 눈길이 자꾸 생각났다. 노래 중간에 흐르는 하모니카 소리가 가슴을 베어내는 듯 아프다. 그것이 나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다는, 자기 삶과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고집같은 것인데도, 내게는 그녀가 더없는 마음을 준 것처럼 놀랍고 기뻤다. 기차를 타고 대구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면서 그녀는 내 생각을 했을까? 이 아름다운 여인이 내 생각을 했을 걸 생각하니, 내가 한없이 귀한 존재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콤플렉스들로 가득찬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겨나다니...
그 여름 나는 혼자서 자주 황제다방을 들락였다. 가면 늘 그 노래를 신청했다. 그 뒤에는 내 얼굴만 나타나도 영아는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어떤 날은 내가 문을 들어설 때 이미 그 노래가 흐르고 있을 때도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이던 그녀는, 내 얼굴을 보면서 빙그레 웃어주기도 했다. 많이 들었으니 지겨울만도 했을텐데, 그때 그녀와 나는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들을 수록 새로운 느낌이 돋아났고 들을 수록 오래된 친구의 목소리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노래만 들어도 영아가 생각났고 영아만 봐도 그 노래가 귀에 흐르는 듯 했다. 내 생에서 가장 단순하고 달콤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은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생각나면 들러봐요.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이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그땐 그게 무슨 노래인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가만히 읊조려 보니 이별을 앞둔 사람의 노래다. 비가 내리는 날이다.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해준다. 김창완의 목소리는 얼마나 따뜻한가. 내게는 길모퉁이 찻집이 영락없이 황제다방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영아가 들려주는 그 노래이다. 노래가 사랑의 살이 되고 사랑은 노래의 내용들을 몸으로 아파하며 흘러갔다.
지오바나는 이탈리아의 집으로 돌아와서 벽에 걸린 안토니오의 사진을 내동댕이친다. 옷장을 열어 그의 옷들을 팽개치고, 서랍장에 들어있는 속옷들을 찢어발긴다. 비명을 지르며 속옷들을 찢는 그녀의 마음 속에는, 마샤의 침대에 놓인 흰 두동다리 베개가 떠올랐을 것이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나는 오직 저만 기다렸는데, 저는 저렇게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려 자식까지 낳고 살고 있었다니... 죽을 고비에서 마샤가 구해주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안토니오의 상황은 들었지만,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모두 가슴으로 이해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한편 안토니오는 지오바나를 본 뒤로 말이 없어졌다. 그녀에 대해 미안하기도 하고 자신의 운명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그가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샤는 그런 남편을 걱정하면서도 이탈리아에 다녀오겠다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안토니오는 딱히 어떤 결단을 내리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한번 보고싶었고 꼭 한번은 봐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12. ending
1980년 8월 28일 대학 휴교령이 해제되었다. 신군부가 5월 17일 비상계엄을 확대하면서 휴교령을 내린지 107일 만의 일이었다. 대학으로 돌아가기 전 황제다방에 들렀다. 작은 메모지에 편지를 쓴다.
이제 자주는 못보게 될 것 같습니다.
가끔 시골에 내려오면 만날 수 있겠지요.
그동안 따뜻한 관심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영아씨와 함께 보낸 황제다방의 여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산울림의 그 하모니커 소리는
당신과 내가 머물렀던 천상의 휴식처같은 곳입니다.
18일 동안의 짧은 만남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두고두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서로 편지를 할 수는 없을지요?
1980. 8.31.
그렇게 쓰고 학교 주소를 적었다. 그런데 이 쪽지를 받은 영아는, 마이크로 이렇게 말했다. "혹시 멀리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서로 글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글쓰기 좋아하니까요." 약간 모호한 말이지만, 내 뜻에 호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나는 영아의 편지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내 주소를 알려주었으니 그리로 편지를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소식은 없었다. 한달도 못되어 나는 황제다방에 찾아갔다. 한적한 시간이라 그녀 혼자 부쓰에 앉아있었다. 그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내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이내 웃음을 가득 지어보인다. 왜 편지를 주지 않았느냐고 쪽지로 물었다. 그랬더니 노래가 흐르는 사이 쪽지 뒤에다가 "먼저 편지를 해야 하죠"라고 써서 유리에 붙여서 보여줬다. 내가 다시 쪽지를 들어 "주소를 알아야죠. 어디로 보내야할지도 모르는데..."라고 써서 들었더니, "여기로 보내주세요. 황제다방으로. 그러면 제가 봐요"라고 다시 써서 보여준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진행된 이 짧고 긴박한 필담은 나를 황홀하게 했다. 이렇게 그녀의 마음을 확인했는데도 나는 직접 그녀를 만나 대화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영아를 직접 만나는 일,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겁이 났다. 대학 1학년 시절의 나는 타인에 대한 공포증에 가까운 낯가림이 있었다. 여자에게는 내성적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 마디도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수줍음과 자의식이 들끓었다. 그런 나였는지라, 유리벽을 사이에 둔 대화가 편안했는지 모른다. 또 글자로 오가는 필담이나 편지가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엔 그랬다. 세 통인가를 보낸 뒤에 나는 처음으로 영아의 편지를 받았다. 그 필체가 아직도 기억난다. 동글동글하고 오목오목한 글씨들이 병아리들처럼 몰려다니는 그런 느낌이었다.
지오바나는 안토니오를 만나주지 않았다.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토니오는 "잠깐이라도 좋으니, 꼭 만나고 싶다. 만나서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 한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당신은 이미 다시 결혼하고 딸까지 있지 않느냐? 돌아가라고 말한다. 안토니오는 "알았다"고 말한다. 그날 돌아갈 차를 놓쳐 여관을 찾아 헤매는데 인형을 든 여인 하나가 "잘 곳이 없으면 우리집에 자고 가라"고 말한다. 이 대목은 솔직히 좀 놀랍다. 창녀도 아닌 여인인데 낯선 남자를 보고, 여관에 못가겠으면 우리 집에 가서 자자고 말하다니... 그들에게 흐르는 그런 방면의 정서가 우리와는 달리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안토니오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 집에서 여인이 샤워를 하는 동안, 다시 지오바나에게 전화를 한다. 아까 매정하게 끊었던 그녀는, 다시 걸려온 전화에 마음이 약해져서 잠깐만 보자고 말한다. 안토니오는 침대에서 기다리는 여인을 뒤에 두고는 뛰어나온다. 지오바나의 집에 도착할 무렵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린다. 정전이 되어 깜깜한 그녀의 집 안에 들어선다. 촛불을 켠 뒤 그녀는 안토니오를 본다. 당신도 많이 늙었군요. 주름살을 만지는 그녀를 안고 그는 키스를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둘이서 떠나자고 말한다.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안토니오는 멈칫 한다. "아시겠죠? 제가 못 떠나는 이유를? 내겐 아들이 있고, 당신에겐 딸이 있잖아요. 아이들을 희생시킬 순 없어요." 두 사람은 우는 아기에게로 간다. 남자가 묻는다. "아기 이름은 뭐요?" "안토니오." "내 이름을 따랐단 말이오?" "아니, 성 안토니오를..." 남자는 이탈리아에 오면서 사왔던 여우목도리를 내놓는다. 오래 전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거요. 목도리를 쥔 채 둘은 포옹한다. 그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이튿날 그는 열차에 올라타 있고 아래에는 손을 흔드는 그녀가 있다. 울먹임과 음악이 짙어지더니 어느새 해바라기 꽃밭이 화면을 덮는다.
영화가 끝났으니 이제 슬쩍 핑계삼아 꺼냈던 영아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그때 이후 2년 간 이별과 재회와 다시 들이닥친 이별을 겪으며 가슴이 터질 듯한 사랑을 했다. 그녀는 내게 '사랑합니다'라고 편지로 고백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인이었고, 영문도 모를 일들로 헤어져버린 어이없는 첫사랑이었다.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준 고백시를 그녀가 읽어주던 날의 감동을 생각한다.
별들은 소리치리라.
그대여, 그대 생애에 이토록 사랑한 것은 나 뿐일 것이라고
다시는 그대에게만큼 사랑을 갖지는 못할 거라고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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