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이호진 씨가 17일 아침 서울 궁정동에 위치한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교황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세례 예식은 아침 7시경에 거행됐다. 이씨의 딸, 그리고 이씨의 거주지인 안산지역을 관할하는 천주교 수원교구의 신부 1명이 동석했다. 이씨의 대부(代父)는 교황대사관 직원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식은 1시간가량 이뤄졌다.
이번 세례는 지난 15일 오전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교황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요청했던 것이다.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인 이씨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자식을 잃고 난 뒤 겪은 큰 아픔과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바쁜 일정들로 인해 아직까지 세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는 희생자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함께 최근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 그리고 대전까지 열흘 간 '세월호 도보순례'를 한 바 있다. 천주교 신자인 이들은 순례기간 동안 5kg이 넘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900km를 걸었다. 이들은 이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이를 로마로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1989년 10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간에 '젊은이 성찬제'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예비신자 교리를 배우며 세례를 준비하던 청년 12명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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