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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에게 편지 전한 '유민아빠', "내가 굶어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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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집전한 시복식 관계로 광화문 광장에서 잠시 철거됐던 세월호 유족들의 농성 천막이 이날 오후 다시 세워졌다. 시복식 전 진행된 카 퍼레이드에서 교황이 이례적으로 차에서 내려 손을 잡은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도 농성장으로 돌아와 단식을 이어갔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등은 시복식에 협조하기 위해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1개 동만 남기고 천막을 모두 철수했었다. 시복식이 끝나자 오후 3시께 천막 재설치 작업이 시작돼 오후 7시께 완료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4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던 김 씨는 무더운 날씨에도 외투를 걸친 채 천막 재설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생중계된 시복식을 시청한 시민들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안부를 건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경남 하동에서 온 김정선(여·40)씨는 김씨에게 거듭 '건강하시라'고 당부하며 "나처럼 먼 곳에서 올라온 사람도 있다는 걸 유족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슬픔과 애도의 마음이 끊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방에는 특히 이러한 마음을 모아줄 구심점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편지 전한 '유민아빠', "내가 굶어야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16일 재설치된 천막 농성장으로 돌아와 지팡이를 짚고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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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자신을 격려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언론에서도 제대로 전해주지 않으니 내가 이렇게 굶어가면서 해야지 그나마 (사람들이) 알게 되니까…"라고 말했다.


천막이 다시 세워지고 오후 7시부터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가 열려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검은티 행동'의 한 회원은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부모들이 거리에 나와 있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는 "생존자 가족은 우리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하고 유가족은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다 하고 실종자는 걱정해주는 국민에게 또 미안하다 하고 우리끼리 이렇게 미안해하고 있다"며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서 "오늘 교황께서 왔다 가셨는데 유민 아빠와 손을 잡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감사해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면서 "그런 분이 우리 지도자였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지난 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유가족 단식에 동참한 영화인들은 9일째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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