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서울 광화문 광장 '순교자 시복미사'가 16일 오전 10시 거행됐다. 교황은 앞서 오전 8시50분 서울 서소문 성지를 찾아 기도를 올렸다. 이어 교황이 검정색 소형차 '쏘울'을 타고 대한문 앞에 도착해 다시 카니발을 개조한 무개차(오픈카)로 옮겨 타고 시복식장으로 이동하는 카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카퍼레이드 도중에 차에서 내린 교황은 세월호 유족 가운데,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생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넸다.
약 40여분간 이어진 오픈카 카퍼레이드에서 교황은 신도와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환호하는 이들에게 화답했다. 신도 17만명을 비롯, 수십만명의 인파들이 자리한 곳이었다. 교황은 때때로 경호원들에게 안겨온 어린이를 들어 안고 머리에 입을 맞추거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퍼레이드를 하는 중간 오전 9시 30분께 교황은 세월호 유족 400여명이 모여있던 광화문 광장 끝에 차를 멈췄다. 그는 유족들을 향해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뒤 차에서 내렸다. 교황이 차에서 직접 내린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리가 유일했다. 이곳에서 교황은 단식농성 34일째 돌입한 세월호 유가족 한 명의 손을 붙잡고 위로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생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였다. 김씨는 친필로 쓴 편지를 교황에게 건냈다. 그리고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교황은 입은 성직자 복 안쪽에 편지봉투를 넣은 후 자리를 떠났다. 가족들은 교황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연이어 말했다. 교황 역시 차에 다시 오른 후에도 가족들에게 잠시 눈맞춤을 하고 인사를 한 후 이동했다.
전날 교황의 일정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가족과 친구 등 10명이 교황을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해야 죽어서라도 아이들을 떳떳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종자 10명이 있는데, 가족들이 꼭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내용으로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또한 그날까지 33일째 서울 광화문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 김영오씨를 시복미사 때 한번 안아달라고 청한 바 있다.
10시 교황이 집전한 미사는 수십만명에도 불구하고 숙연하고 차분하게 이뤄졌다. 이날 전국의 수십만 신도는 밤새 광화문으로 몰려둘었고, 행사장 일대는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행사전 새벽 4시부터 행사장으로 들어서려는 사람들로 검색대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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