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잠실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몽촌토성(사적 제297호) 발굴조사 현장에서 이곳이 백제의 왕성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계획된 도로유구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한성백제시대 왕도(王都)의 성격 규명을 위해 몽촌토성 내부 3500㎡를 발굴 조사 한 결과 백제의 주거지·도로유구 등과 유물을 다수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적 297호인 몽촌토성은 성벽 둘레 2.3km, 면적 약 52만7000㎡규모의 대규모 성터로, 학계에서는 풍납동에 위치한 풍납토성과 함께 한성백제의 수도인 '위례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3년~1988년까지 발굴조사를 벌였으나, 이것만으로는 토성의 성격을 충분히 규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2년 한성백제박물관 개관 이후 30년만에 조사발굴을 재개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토성 북문지 안쪽에서 발견된 도로유구 2기(1·3호)다. 너비가 각각 600·800cm인 것으로 확인된 도로유구 2기는 모두 한성백제기의 것으로, 북문지 쪽으로 향하는 수레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도로는 황갈색 점질토와 잡석부스러기를 단단하게 다져 조성됐고, 2기 모두 노면과 양측의 측구(도랑)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호 도로의 경우 남동쪽 측구 바닥에 석축의 배수시설(길이 390cm, 너비 60cm 내외)이 축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도로 유구 2기는 계획적으로 도로가 만들어졌음을 증명해 몽촌토성이 왕도유적임을 재확인 시켜준다"며 "앞으로도 왕성 내·외의 도로망, 공간 구획 등 백제왕도의 구성과 도성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또 한성백제시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짐작케 하는 주거지도 발견됐다. 통일신라 문화층 바로 아래에서 발견된 주거유적은 장방형으로 추정되며, 내부 시설로는 벽구(壁溝·벽도랑)와 작은 주혈(柱穴·기둥구덩)이 부분적으로 확인됐다. 출토유물로는 중국 동진~육조 시대의 청자사이호(청자항아리)와 사발, 전달린토기, 삼족반(세발토기), 뚜껑편 등의 백제 토기류와 함께 그물추, 구슬 등이 발견됐다.
이 백제 문화층 위로는 통일신라시대의 집터 23기와 우물 1기, 도로유구 1기가 발견돼, 한성백제기 이후로도 이 일대가 주민들의 주거지역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주거지 내부에서는 온돌시설, 기둥구덩이 등이 확인됐고, 돌로 만든 우물에서는 나무기둥 등의 목재와 기와편들이 다수 출토됐다.
한편 이번 몽촌토성 발굴조사는 8월초까지 진행되며, 한성백제박물관 측은 29일 전문가 현장설명회에 이어 30일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관심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현장투어를 열 계획이다. 현장설명회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성백제박물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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