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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는 최재경 "국민께 송구…칼날 무뎌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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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검사 생활 마침표…유병언 추적 실패 및 부실수사 책임지고 사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최재경 인천지검장(51)이 24일 27년간의 검찰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 지검장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관련 수사에서 여러 허점을 드러내며 유 전 회장의 신병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최 지검장은 이날 오후 5시 열린 퇴임식을 통해 "유병언 전 회장을 체포해 법정에 세워 사법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100%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지휘관인 제 책임이고, 그간의 적지 않은 성과는 오로지 수사팀 구성원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었다"라고 밝혔다.

유 전 회장 신병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책임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산환수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월호 선주사 및 해운비리 수사와 관련해 2개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총 44명을 구속 기소하고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추징보전했다"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퇴임식에 앞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사로서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퇴 결심 배경에 대해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로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적었다.


검사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청운의 꿈을 품고 서소문 검찰청사에 첫 출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다"며 "되돌아 보면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국가와 검찰에 기여한 바도 없이 청춘만 헛되이 보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때로는 힘든 일도 겪었고 억울하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심중의 '정정당당' 네 글자로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큰 부끄러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추적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관련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최 지검장은 "검찰은 저력이 있는 조직"이라며 "심기일전해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 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 지검장은 이날 오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오전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나흘 만에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최 지검장은 3개월 넘게 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왔다. 그러나 총력 추격을 벌이고 있다던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수사허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차 거세졌고 결국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됐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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