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요즘은 가슴이 답답한 것이 저녁에 잠이 안 온다. 하루라도 빨리 사죄 받으려고 여러 시민들이 이때까지 공들인 것이 한 번에 무너지는 마음이 들어 너무나 안타깝다."
18일 정오 김복동(88)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31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사죄할 필요도, 배상할 필요도 없다는 망언을 하는 사람을 이 나라의 국무총리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문 후보자는) 이 나라의 국무총리가 아니라 일본의 아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피 맺힌 할머니들 앞에 이런 망언을 하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며 "여러분들께서 힘을 모아 절대적으로 이 사람이 안 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할머니의 경과발언이 끝나자 150여명의 참석자들은 김 할머니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김 할머니는 '법적배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나비모양의 부채를 흔들어 시민들의 응원에 답했다.
경기자주여성연대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수요시위는 평소 외치던 '평화의 함성' 대신 '분노의 함성'으로 시작됐다. 시위에서는 문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미경 경기자주여성연대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웃으면서 시작할 수 없다. 문 후보자의 엉뚱한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며 문 후보의 위안부 관련 발언을 비난했다. 또 한국청년연대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일본에서 온 그대'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두 번 죽이는 문창극. 일본으로 데려가라'는 문구를 적었다.
또 프로젝트 동아리 평화나비 소속의 한 대학생은 "어제 1인 시위에 참여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현 정부가 결국 팔순이 넘은 할머니들을 이 땡볕에서 피켓을 들게 만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전날 김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에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문 후보자를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1위 시위를 벌였다.
경기도 의정부시 성우고등학교의 사회참여탐구 동아리인 '렛츠스쿨' 소속 학생 43명도 이날 시위에 참석했다. 김에스더(18)양은 "나눔의 집에서 배춘희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노래를 들었는데 얼마 전 배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며 "수요시위는 처음 나왔지만 이 마음을 간직해 학교 친구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자주여성연대 회원들은 우크렐레 공연과 율동으로, 한충은 대금 연주자는 '바람의 춤(신시나위)'을 연주하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응원했다.
평소 김 할머니와 함께 자리를 지키던 길원옥(87) 할머니는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하지 못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나바를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의 1차분인 150만명의 서명을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실에 전달했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의장실에서 (서명을) 전달 받으면서 '의장에게 잘 전달하겠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는 의지를 담아 앞으로 활동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서명 2차분은 오는 8월13일 일본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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