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GM이 중형세단 말리부에 디젤엔진을 얹어 내수시장에 내놓은 건 묘수였다. '반쪽짜리 국산'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충분히 검증된 외산 파워트레인을 단단한 차체에 얹으면서 쉬이 접하기 힘든 모델이 국산차로 나왔다.
상위모델을 3000만원대 아래로 묶으면서 어쨌든 초반성적은 두달 만에 매진. 채 고객 인도가 끝나기도 전에 향후 나올 연식변경 모델에 대한 사전계약에 들어갔을 정도다. 이제 막 디젤 승용차 시장이 개화하는 가운데 국산 메이커가 끼어들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달리고 서고 도는, 기본기를 잘 갖추면 국산차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증명한 게 바로 이 차다.
한국GM이 말리부 디젤을 얘기할 때 가장 앞세우는 부분은 국산 첫 디젤 중형세단이라는 점과 상당한 수준에 오른 연료효율성이다. 디젤엔진인 만큼 초기 가속성능이나 전반적인 힘은 좋다. 제원상 출력은 가솔린모델에 비해 15마력 좋고 토크는 두배 정도 차이가 난다. 실내 들어오는 엔진소음도 잘 잡았다.
도로에서 많이 보긴 힘들지만 말리부 가솔린모델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 차체 강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일단 차문을 여는 순간 묵직함은 중형세단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쉽지 않은 수준인데 이는 급가속이나 회전 시에도 진가가 잘 드러난다. 급하게 달려보면 단단함을 넘어 딴딴히 느껴질 정도다. 스트로크를 짧게 설정해 서스펜션 설정도 유럽차 냄새가 물씬 난다.
연비도 좋다. 시승기간 시내를 주로 다녔고 수도권 일대 고속도로를 다닌 결과 트립에 찍힌 연비는 ℓ당 13㎞. 다소 험하게 몬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기본기 측면에서 본다면 말리부 디젤은 동급 국산차를 넘어 다소 가격대가 비싼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중저속 영역에서는 잘 치고 나가지만 엔진회전수가 3500rpm 정도 넘어가면 치고 나가기 버거워한다. 브레이크의 제동성능은 나쁘지 않으나 밟는 힘과 제동력 사이에 약간의 갭이 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운전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판매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서인지 다소 싸 보이는 실내 인테리어도 아쉽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단차가 있고 시트에 무릎이 닿는 부분은 소재를 달리 했다. 타이어가 밀리는 현상도 심심찮게 겪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곳곳에서 아낀 흔적이 많이 보였다.
시트는 어떻게 조절해도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아직 동급 국산 디젤모델이 없어 비교는 어렵지만 곧 직접 경쟁할 르노삼성 SM5나 쏘나타가 시트나 실내공간에서만큼은 호평 받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출시될 연식변경 모델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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