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6일 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6ㆍ4지방선거를 맞아 개최한 첫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시민들의 관심은 컸다.
후보들 간에 서울 시정의 방향, 서울시의 발전 방안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오갔지만 자꾸 이 같은 흐름이 끊어지는 듯했다. 특히 색깔론과 안보관을 들고 나온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은 자신이 겨냥하는 자리가 서울시장인지 국정원장인지 종잡을 수 없게 했다. 고작 6~7분간 주어진 주도권 토론 시간을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와 난데없는 '한ㆍ미동맹',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관한 질의응답으로 사용했다.
서울시장을 뽑는 토론회에서 한ㆍ미동맹과 같은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제기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그토록 강조하고 싶었던 한미동맹에 대해 정작 그 자신은 제대로 알고 있는 면모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소파가 뭔지를 묻는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당황한 듯 더듬거리면서 "방위비 분담이 주요 내용 아닌가요?"라고 답해 소파를 한미방위조약과 혼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 후보가 7선 의원을 지내고 국회 국방위원회ㆍ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을 했던 이력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몰이해'다.
벌써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이번 토론회의 핵심이 '좌파ㆍ우파ㆍ소파(SOFA)'였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남은 토론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시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ㆍ미동맹도 중요하고, 소파(SOFA)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이 고작 1시간 반의 TV토론을 통해 후보에게 듣고 싶은 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위기에 놓인 서울에 대한 비전과 희망일 것이다. 좀 더 서울시장 후보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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