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세정 아시아경제신문 대표님과 이 자리에 참석하신 국내외 전문가 여러분!
오늘 통일과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하는 뜻 깊은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환영의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남북한 통일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며 통일의 길은 우리 앞에 언제라도 열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통일시대에 금융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를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겠습니다.
통일이 가져올 편익은 매우 클 것입니다.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된다면 통일한국의 성장잠재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새로운 투자기회가 창출되어 금융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입니다.
남북한간의 경제통합이 큰 혼란없이 이루어져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한 투자재원을 조성함은 물론 투자의 손실위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통합 과정에서 우선 북한지역의 경제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자본축적이 미약하여 투자재원을 조달할 여력이 부족하고, 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하여 외부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투자재원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금융부문의 일차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지역에 대한 초기투자 단계에서는 투자의 손실위험이 클 수 밖에 없고 이것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금융이 정부나 국제금융기구, 그리고 국내외 민간투자자간에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같이 하신 참석자 여러분!
북한지역 내에서 금융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북한의 통화금융제도를 정비하고 금융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행과 우리 금융부문의 노력이 긴요하다 하겠습니다.
특히 남북한간의 통화 통합은 경제 통합의 기본이 되는 핵심현안이라 하겠습니다. 독일의 경험에서 보듯이 통화통합의 속도나 화폐교환비율에 따라 통일의 경제적 성과가 좌우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화폐교환비율은 구매력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나 비경제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경제논리만을 중시해서 교환비율을 결정하면 정치사회적 안정이 저해될 수 있고, 정치사회적 요소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경제적 비용이 커질 것입니다.
북한의 중앙은행과 금융제도가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과 우리 금융부문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이나 신용경색 발생에 대한 대응체제를 갖추는 한편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하고 지급결제시스템도 새로이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전문가 여러분,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통일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은 통일의 성과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금융의 역할은 남북한 경제통합의 유형과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해 가면서 각각의 경우에 요구되는 금융의 역할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북한의 경제구조와 통화금융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물론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자리에서 통일과 금융에 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전문가 여러분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정책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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