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신한금융투자는 25일 조선 업종에 대해 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선박금융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동반되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 채권분석팀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위기는 항상 산업구조 변화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노동집약적 2차산업이 대부분 동남아로 이전하고 IT산업이 태동했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투자됐던 조선, 건설, 운송, 철강, 화학 등 5대 산업에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해당 산업의 공통점은 저수익성과 과도한 설비투자로 인한 차입금에 시달린다는 점‘이라면서 ”기업의 선택은 제품·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새 시장을 만들거나, 구조조정을 통한 이자비용 절감과 함께 업황 개선을 기다리는 둘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강 팀장은 “차입금이 많은 기업은 업황이 좋아져도 실적이 좋아지기 힘든데 아직 산업구조 큰 변화를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시장이 놀랄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웅진, STX, 동양 등의 경우 수조원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지만 때를 놓쳐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실제 자산매각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 말뿐인 자구계획은 결국 오너의 과욕 내지 업황 개선에 대한 막연하고 그릇된 믿음 때문으로 결국 이런 요소들이 구조조정을 더디게 한다”고 분석했다.
강 팀장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기업 가운데 동부·한라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반면 현대그룹의 경우 몇 가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18일 회사채 차환심사위원회에서 1400억원의 회사채 차환이 통과됐다. 강 팀장은 “이번 차심위 결정은 올해 만기되는 8200억원 규모 회사채·기업어음 가운데 5900억원이 3~5월에 집중돼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최소한 올해 유동성 관련 큰 고비는 넘겼다”면서 “현대그룹의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정책당국의 협조가 함께하면 내년 만기 차입금과 선박금융 위기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팀장은 기업의 자구노력이 선행되면 선박금융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사실상 두 개 남은 해운회사를 기업회생 절차까지 가게 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극보수화를 부를 뿐만 아니라 결국 국유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낳는다”며 “부침이 심한 산업적 특성을 지닌 해운업에 대해 선가·운임 바닥을 확인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수출이나 전시 군수물자 수송 등 산업 정체성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또다른 부실을 키우지 않도록 마구잡이식 지원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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