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부른 보조금 문제 근본해법,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기형적 판매구조에 과열경쟁이 고질적 문제 원인
보조금 제도 원천 폐지, 단통법 제정 등 다양한 해법 제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영식 기자, 권용민 기자]이동통신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보조금에 대해 전문가들은 휴대폰 시장 구조 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을 판매하는 구조, 보조금에 대한 정보를 모든 소비자들이 공평하게 취득할 수 없는 상황 등이 보조금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해법으로 '보조금 제도 전면 폐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단말기-서비스 분리 판매' 등을 제시했다.
아시아경제신문은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이태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기헌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 5명의 전문가들을 통해 휴대폰 보조금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보조금 문제의 원인은
보조금 논란에 대해 이들은 '기형적인 휴대폰 판매 구조' '비싼 휴대폰 가격' '정보 비대칭' '애초에 잘못된 제도' 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말기 시장과 이동통신 서비스시장이 분리돼 있었다면 '2·11 대란'처럼 같은 휴대폰을 사는데도 100만원 넘게 보조금을 받은 '대박'고객과, 제값을 다 주고 산 '호갱'이 동시에 양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경쟁 했다면 보조금 문제는 생기지 않았고, 서비스와 제품 가격도 내려갔을 것이란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정보 비대칭이 극심해 소비자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은 소비자 부담을 낮추자는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시장 질서를 깨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분석했다.
휴대폰 값을 지나치게 올려놓고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싸게 파는 척 소비자들을 눈속임 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안 사무처장은 "제조사가 단말기 값을 고액으로 정해놓으면,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싣고 대신 고액 정액요금제와 장기간 약정을 통해 보조금 비용을 보전하면서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업정지는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통사의 영업정지가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오 연구위원은 "영업정지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피해만 늘린다"며 "오히려 이통사는 이 기간 동안 시장점유율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규제의 이익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영업정지를 해봐야 이통사가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사전예약제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도하고 당국을 교란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영업정지가 이통3사 실적에 도움을 주는 '처벌 아닌 처벌'이란 시각도 있다. 증권가에서부터 이런 분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영업정지기간 중 마케팅 비용 절감은 SK텔레콤은 2500억원, KT는 1700억원, LG유플러스는 18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같은 맥락으로 "3개 회사가 공평하게 영업정지를 당하는 형국이라면 처벌 효과는 없다"면서 "오히려 이동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로 인해 애꿎은 대리점과 판매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뿐 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 연구위원은 "영업정지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피해만 늘린다"며 "오히려 이통사는 이 기간 동안 시장점유율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규제의 이익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문제 풀 열쇠는
진단이 다른 만큼 해결책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제정, 단말기 가격 인하, 단말기-서비스 분리 판매부터 보조금 제도 전면 폐지까지 많은 방법이 거론됐다. 다만 "지금의 완전히 개혁해야만 보조금이라는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맥락은 동일했다.
보조금 제도 전면 폐지는 문 교수가 제기했다. 그는 "수십년 전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또 보조금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현재 규제철폐 국정 기조에도 역행하는 모순"이라면서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제도 자체가 없어지면 휴대폰 값이 비싸져 휴대폰 판매량이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제조사와 이통사는 자진해서 서비스 제품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공시하고, 보조금 차별 지급을 금지하는 '단통법'에 힘을 보태는 주장도 있었다. 이 교수는 "단통법은 단말기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용자 차별을 완화할 수 있다"이라며 "단통법은 규제가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가격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안 사무처장은 "해외에서 사용하는 데 전혀 지장 없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30만~40만원에 판매되는 것처럼 해외보다 비싼 우리나라 스마트폰 값을 내리도록 정부가 감독해야 한다"며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을 뻥튀기 해서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말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자주 교체해 통신 요금에서 단말기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제조사들이 원가 대비 적정이익을 기반으로 휴대폰 가격을 책정하는지 정부가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도 인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보조금을 완전히 기업에 맡기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오 연구위원은 "보조금을 규제하면 이통사 간 경쟁을 저해돼 그만큼 소비자 후생이 줄어들고 이통사 이익만 증가시킨다"며 "27만원으로 정해진 보조금 가이드라인도 자율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통신비 인하 하려면
전문가들은 제조사, 이통사, 정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먼저 휴대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문 교수는 "정부는 단말기 가격이 합리적인지 제조사를 실사하고, 시정할 사항이 발견되면 정부가 직접 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사 요금 인하 요구도 나왔다. 안 사무처장은 "이통3사가 기본요금이나 정액제를 대폭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통3사의 통신비 원가를 공개해 적정 수준으로 요금을 매기고 있는지 검증해야한다"고 말했다.
요금인가제 폐지, 알뜰폰 공급 확대와 같이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 연구위원은 "이통3사의 자유로운 요금 경쟁을 막고 있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다양한 요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알뜰폰 사업 환경을 개선해 알뜰폰 가입자를 점점 늘리는 것도 바람직한 가계 통신비 인하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