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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공급 중단' 위협, 안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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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안정적 에너지 공급원 이미지 강조…중단 땐 부메랑 돼 돌아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목에서 힘을 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천연가스다. 러시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차이가 감지되는 것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러시아가 천연가스라는 카드를 쉽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가스공급 중단은 러시아에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이 지난해 수입한 천연가스 가운데 러시아산은 34%다. 이는 2010년에 비해 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670억㎥의 천연가스를 유럽에 팔았다. 이 가운데 절반인 820억㎥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수송됐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쓰는 나라는 불가리아·세르비아 같은 동유럽 국가만이 아니다. 서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가즈프롬이 그 동안 우크라이나에 싸게 공급해온 천연가스 가격을 올리겠다고 경고한 것은 천연가스를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실제로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이후 에너지 판매로 부(富)를 늘렸다. 러시아의 연간 수출액 5150억달러(약 546조2000억원) 중 70%가 천연가스·석유에서 비롯된다. 에너지 수출로 번 돈은 러시아 재정수입의 52%를 차지한다.


그러잖아도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까지 중단하면 서구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그 동안 자국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무기로 협박하는 러시아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볼 나라는 없다. 러시아로서는 고객들로 하여금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게 만들 이유가 없다.


2006년과 2009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빚은 갈등으로 천연가스 공급마저 중단한 뒤 유럽은 천연가스 재고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따뜻한 날씨 덕에 올해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율이 49%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지난해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1999년 이후 14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자국산 셰일가스·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활성화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미국이 에너지를 주요 외교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이유에서다.


그 동안 미국은 자국산 LNG 수출 대상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한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른 우방국으로도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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