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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神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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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神을 찾는 이유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 TV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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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선거죠?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누구라고 하는 건 법 위반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공~정~'하게 뽑아야겠죠? 어떻게요? 공~정~하게.(아~멘)"


이 설교를 끝으로 1년 넘게 다니던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공~정~'하게 뽑으라는 서울시교육감은 누가 들어도 당시 공정택 후보였다.

일주일 동안 세속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평안을 얻기 위해 찾은 교회. 이날 설교에서 신의 은총은 볼 수 없었다. 지친 심신을 어루만줘 줄 자그만 '쉼'조차 찾을 수 없었다. 왜 목사는 설교시간에 '공~정~'을 외쳤을까. 이 교회는 학교법인도 운영 중이었기에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었겠지 짐작할 뿐이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성도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 한 표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새로 취직한 한 성도가 저를 개인적으로 찾아왔어요. '제가 목사님 덕분에 취직이 됐고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월급 전부를 하나님께 바치고 싶어 목사님을 뵙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두툼한 흰 봉투를 내미는 거예요. 야∼, 참 기특하죠? 정말 축복받을 청년이죠?(아~멘~)"

다시 이 교회를 찾을 수는 없었다. 신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지만 목사는 '돈의 축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설교에서 깨달은 점은 이 교회가 건축헌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 신의 자비와 위로가 아니었다. 극히 일부지만 성직자의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종교시설을 찾는 이유는 절대 사랑에 대한 갈구이고, 세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평안에 대한 궁금증이며, 신 아래서 빈부 격차와 갈등 없이 가질 수 있는 평등에 대한 열망이다. 이를 통해 신을 만나고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신도들은 성숙해졌다. 지구상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20억명이고 15년 전과 비교해 인터넷 사용자는 10배 넘게 늘었다. 70∼80년대와 달리 정보가 숨을 곳이 없다. 그만큼 특정한 계층이 독자적으로 취득한 정보로 국민을 선동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다만, 정보의 왜곡은 심해지는 추세다.


일부 성직자들은 군사독재시대 가졌던 정보의 우월성을 포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자체발광 중이다.


예전에는 '공~정~'하게 외치면 공정택 후보를 찍을 성도가 많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목사의 권위가 세상 일에 있지 않음을 알고 목사가 나보다 반드시 더 많이 알거나 현명하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십일조 이야기를 하고 헌금바구니를 돌리면 예전에는 더 못 낸 신도들이 심적으로 안타까워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 정문에 대형승용차를 주차해 둔 목사가 시장바닥에서 몇 푼 버는 이들의 주머니를 턴다고 혀를 차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으리으리한 교회가 더 이상 이 세상에 빛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성도들에게 빚을 안겨주는 걸 더 잘 알고 있다.


최근 천주교ㆍ기독교ㆍ불교 등 다양한 성직자모임에서 지난 대선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때 그들의 절규는 시대적 요구였다. 지금은 아니다. 2013년 성직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거리가 아니라 성전이다. 그곳은 성도들의 심적 갈등을 치유하고 세상에 없는 절대사랑을 담은 신의 목소리로 가득 차야 한다.


로마시인 오비디우스는 '금지된 것은 항상 매력적'이라고 했다. 대통령 사퇴, 하야, 대선불복은 어찌 보면 묵시적으로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용어들이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그 매력은 정치인들이 취하도록 온전히 맡겨놓자. 일부 성직자들의 정치적 신념을 듣기 위해, 그것도 전혀 새롭지 않은 정치적 주장을 듣기 위해 꿀맛 같은 낮잠을 포기하고 예배와 미사와 법회에 나가 시간과 돈을 신에게 드리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다. 단 하루라도 사랑과 위로ㆍ감사ㆍ축복으로만 100% 가득 찬 날이 되기를 기도한다.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TV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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