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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재벌총수, '경영상 판단'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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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재벌총수, '경영상 판단'의 딜레마 노종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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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여부가 18일 가려진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16일 소환돼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모르지만 이들 회장이 모두 구속된다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 이어 올들어 일곱 번째 구속되는 총수가 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도 17일 오전 10시 열렸다. 이미 구속된 그룹 회장들의 혐의는 탈세와 횡령, 배임 등으로 유사하다. 일부는 형이 확정됐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소, 상고를 통한 법적 논란이 한창이다. 또 일부는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낙인이 이미 찍혔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재계 총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에 대해 해당 총수는 물론 기업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불가피한 경영상 판단이다.


그룹 계열사의 돈으로 다른 부실 계열사를 지원, 3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승연 회장은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판단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임 논란에 휩싸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을 했을 뿐이라며 배임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외환위기 당시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털어내기 위해 10여년간 1조원대 분식회계를 해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했다는 혐의에 대해 공적자금 없이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하나는 검찰이 혐의로 내세우고 있는 범죄행위의 시점이다.


이재현 회장의 공소사실에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범죄사실이 적시돼 있다. 15년 이상 지난 일들이다. 조석래 회장 법인세 탈루의 원인이 된 배임 역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


특히 조 회장의 경우 15년 전 그룹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부실 계열사에 '파산' 결정을 못하게 했고, 이를 통해 부실 계열사를 살려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부실의 정리과정이 잘못됐다고 단죄하려 하고 있다.


과거 경영상의 판단을 뒤늦게, 그것도 당시에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합리적이었던 경영판단을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단죄하려 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검찰이 잘못된 경영상 판단을 용인하거나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범죄행위를 눈감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가 재계의 우려처럼 시간, 행위를 불문하고 과거에 했던 것처럼 헤집기식이라면 곤란하다.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또 구속된 총수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매번 반복된 이 같은 일이 올해는 심상치 않다.


박근혜정부 들어 재벌 총수에 대한 엄벌이 천명되고, 구속된 총수에 대한 사면이나 보석 등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실형을 고스란히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군다가 최근 재벌 총수에 대한 선고는 실형 일변도다.


기업인들을 둘러싸고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느냐에따라서 교도소 안쪽에 떨어질 수도 있고 바깥에 떨어질 수도 있고, 항상 예비 범죄인으로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있는 배임, 과거의 얘기를 오늘의 잣대로 단죄하는 것은 어찌보면 쉽지만 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처럼 절대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없다. 15년 전 결단에 돌을 던진다면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끈 기업의 절규를 한 번쯤은 쳐다봐야 하지 않을까. njsub@






노종섭 산업부장 njsub@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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