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새해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36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경영환경'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29.6%에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78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봐도 내년에 '확대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은 21.5%에 불과하다. 나머지 70~78%의 기업들은 내년에 투자를 예년보다 저조했던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새해 경제에 대한 일반적 전망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부와 민간 경제예측기관들은 대체로 우리 경제가 올해 3~4분기에 경기저점을 통과한 데 이어 내년에는 완만하나마 분명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 여건도 경제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중국만 제외하고는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 교역상대국 경기가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다. 투자가 살아나야 내수도 회복되고, 그래야 경기의 선순환이 가동된다. 양대 경제단체의 조사에서 확인된 기업들의 몸 사리기는 이런 기대를 무질러버린다.
기업들의 이런 소극적인 자세는 일반적 전망과 달리 새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탓이다. 전경련 조사에서 82.8%가 내년 경제여건이 올해에 비해 '소폭 개선'(38.0%)되거나 '불변 또는 비슷'(44.8%)할 것이라고 답했다. 거의 절반인 48.4%는 내년이 아닌 후년에 가서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총 조사에서는 '장기형 불황'을 우려하는 최고경영자가 43.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의 최대 변수로 '내수회복 미흡'(50.1%ㆍ전경련)을 들고, 정부에 바라는 내년도 핵심 요구과제로 '경제활성화'(72.9%ㆍ경총)를 꼽았다.
이번 두 조사의 대상은 '주식회사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야 할 때 '내수가 저조해서' '경제활성화 조치가 미흡해서'라고 남 탓을 하며 움츠리고만 있으니 걱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도적, 적극적 투자로 돌파구를 여는 기업가정신이 아쉽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