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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유네스코 유산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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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유네스코 유산 인플레이션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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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네(島根)현에는 오모리(大森) 마을과 이와미 긴잔(石見銀山)이 옛 모습으로 복원ㆍ보존돼 있다. 이와미 은광은 약 400년 전에 전성기를 누리다 점차 채굴량이 줄었고 1923년에 폐쇄됐다. 오모리 마을 인구는 약 400명으로 감소했다. 남은 사람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그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마지막 노인이 세상을 뜨고 마을이 폐허가 될 판이었다.


오모리의 사업가 나카무라 도시오(中村俊郞) 사장이 나섰다. 나카무라 사장은 한때 세계적인 은광 도시였던 오모리를 보존하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개인 재산을 900만달러 이상 들여 옛날 가옥 30여채를 복원하고 작은 박물관을 지어 이와미 은광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했다.

그러자 시마네현이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시마네현은 이와미 은광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미 은광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이와미 은광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첫 관문도 통과하지 못할 뻔했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초 자료인 평가보고서는 비정부 국제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회의에서 작성한다. 국제기념물유적회의는 평가보고서에서 이와미 은광은 세계유산의 여섯 가지 요건 중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며 유네스코에 이와미 은광이 신청을 미루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일본은 그러나 신청을 강행했고 아프리카 국가들 중심으로 지원을 끌어냈다. 우여곡절 끝에 이와미 은광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다. (뉴욕타임스ㆍFrom Ghost Town to Boom Townㆍ2008.9.5)


이와미 은광은 세계유산으로 등록되기 전에는 일본인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예컨대 피라미드나 진시황릉 병마용은 보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인상적인데 이와미은광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오모리 주민의 반응이다.


이 사례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하는 기준이 엄정하지 않고 로비력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또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전에 비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세계에는 자국이나 자기 고장의 유적을 널리 알리고자 세계유산에 등록해달라고 신청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넘친다. 유네스코가 신청을 다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숫자 상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세계유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계유산은 2009년에 878곳이었다가 현재 981곳으로 증가했다.


세계유산이 네 자리에 육박하면서 어떤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나라로 범위를 좁혀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희소성이 희석된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10곳을 다 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세계유산도 잘 모르는데 해외 세계유산은 얼마나 알까. 예를 들어 한 한국인 가족이 해외여행지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놓고 저울질한다고 하자. 두 나라의 세계유산이 각각 어디인지 떠올리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참고할 집은 극히 예외일 것이다.


흔해져서 이름값은 하락했어도 세계유산이 되면 받는 혜택이 있지 않을까?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재정적으로 도와주지 않을까? 이 또한 기대하지 못한다. 세계유산 목록을 관리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직원은 100명이 채 안되고 연간 수입은 약 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 수입도 개별 세계유산에는 쓰이지 않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등록하지만 세계유산 보호는 해당 국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유산이라는 지위를 남발하는 행태가 세계무형유산에서도 재연되고 있지 않나 싶다. 김장 등 세계무형유산은 현재 282건에 이른다.


많아지면 흔해진다. 가치가 떨어진다. 홍보 효과도 줄어든다. 유네스코는 물론 유네스코 유산 지위를 신청하려는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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