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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위기의식과 위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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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위기의식과 위기경영 노종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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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은 오늘의 삼성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그가 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은 이후 혁신을 강조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로 등장했다.


'21세기에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5년, 10년 뒤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애써 나열하지 않더라도 그가 던진 수많은 화두는 국내 재계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했다.

삼성뿐인가. 현대차ㆍLGㆍSK 등도 이 회장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를 일궈냈다.


이처럼 이 회장이 던지는 화두는 재계에서 이정표와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최근 들어 이 회장이 메시지에서 빠트리지 않는 것이 위기의식이다.

이 회장의 최근 메시지는 지난 10월28일 열린 신경영 20주년 기념만찬에서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최근 던지는 화두의 행간에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의 발언, "앞으로 몇 년, 십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지겠다 하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된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라는 주문이 들어있다.


삼성그룹 13개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162조1000억원에 달한다. 곶간에 쌓아놓은 돈이 많은 만큼, 위기의식이 위기경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연구개발 및 투자확대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기회를 노리는, 재도약을 준비하는 특유의 도전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긴장하라는 이 회장의 주문이 처한 상황이 다른 기업들에서는 위기만을 내세운 모습으로 변색되고 있다. 위기의식, 도전은 사라지고 위기경영, 방어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 불안심리만 가중되고 있다.


위기의식이 허리띠 졸라매거나 구조조정 등 위기경영으로 변질되면서 연구개발ㆍ투자확대ㆍ신성장동력이 사라지고 경비절감ㆍ일자리 불안 등만 남고 있다.


최근 만난 10대 그룹 임원의 얘기다.


"분기 영업이익 10조를 버는 삼성전자도 위기경영을 하는데 우리 같은 그룹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 아니냐" "글로벌 선두주자인 삼성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버틸 수 있겠냐".


긴장하라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다른 그룹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위기경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가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기업들의 위기경영은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해당 기업 임직원은 지갑을 닫는다. 이는 시장 침체로 이어진다. 경제 특히 소비는 심리라는 점에 비춰볼 때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기업들의 위기경영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이 회장이 내년 어떤 화두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통상 12월이면 일본에서 머무르면서 지인들을 만나 경제상황을 파악한 뒤 이정표가 될 신년 구상을 해왔다.


최근 글로벌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점에 미뤄 이 회장이 이번에도 '위기의식' '긴장' 등의 화두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기업 역시 위기경영 행보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올해는 위기보다는 기회, 긴장보다는 자신감 등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도전과 도약을 위한 미래경영이나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초격차경영, 1위 지속유지경영 등도 자신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화두로 괜찮겠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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