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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만원 아끼려다 목숨 잃을라"…무안공항 사고에 '저가항공 포비아'[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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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심란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씨가 오전 8시20분 탑승할 예정인 일본 오사카행 제주항공편 여객기 옆에는 '탑승 중'이라는 글자가 깜박이고 있었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로 연말·연초를 맞아 출국을 계획하고 있던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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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서 탑승 기다리는 시민들 '불안감'

"오면서도 계속 고민했어요. 지금이라도 이걸 취소해야 하나 하고…."
"몇십만원 아끼려다 목숨 잃을라"…무안공항 사고에 '저가항공 포비아'[르포]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2층 탑승 수속 카운터 인근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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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43)는 심란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씨가 오전 8시20분 탑승할 예정인 일본 오사카행 제주항공편 여객기 옆에는 '탑승 중'이라는 글자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날 발생한 사고의 여파 탓인지 체크인 카운터 앞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김씨는 "어제 제주항공 측에서 무료로 예약을 취소해준다는 연락이 왔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하나 수십 번은 고민한 것 같다"며 "새해를 맞아 마지막 연차를 모두 소진해 계획한 가족여행이었기에 취소는 하지 않았지만,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 티웨이항공을 통해 대만 가오슝으로 떠나는 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 공항에 나선 임대천(56)·이미선(53)씨 부부도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탑승구 앞에서 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던 임씨는 "어제 사고를 보면서 왜 걱정이 안 됐겠나. 그렇지 않아도 오는 길까지 딸에게 조금 이따 출국하면 안 되겠냐고 몇 번 이야기했다"면서 "딸이 학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 가는 거지만, 안 그랬다면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항공편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몇십만원 아끼려다 목숨 잃을라"…무안공항 사고에 '저가항공 포비아'[르포]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2층 탑승 수속 카운터 인근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서희 기자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로 연말·연초를 맞아 출국을 계획하고 있던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항공기 결함(랜딩 기어 이상)이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저가 항공사(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음 달 중순께 티웨이항공을 통해 일본 도쿄로 갈 계획이던 김지인씨(30)도 전날 급하게 항공편 예약 취소 방법을 알아봤다. 김씨는 "일본이나 동남아는 좌석이 불편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편인데 어제 사고를 지켜보면서 몇십만원 아끼려다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수료가 만만치 않지만,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대형 항공사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평소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서영원씨(36)도 "출장을 갈 때 가까운 거리는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어제 사고 난 여객기에 내가 탔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며 "가격이 저렴한 만큼 기종이 낙후되고 연식이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는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저가 항공은 피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몇십만원 아끼려다 목숨 잃을라"…무안공항 사고에 '저가항공 포비아'[르포]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2층 탑승 수속 카운터 인근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서희 기자

저가 항공사뿐 아니라 비행기 탑승 자체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항공편이 추락해 탑승객 38명이 숨지는 등 최근 대형 여객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씨(25)는 "최근 항공기 사고가 잦아 항공사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진 것 같다"며 "이번 사고로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될 것 같다. 되도록 국내 여행 위주로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전 9시3분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으로 들어오던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과 제주항공은 피해자 지원과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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