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입생 4500여명 확정…의료계 증원 저지 끝내 불발
정부는 의료개혁 강행 드라이브…2차 실행방안 이달 초 공개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연초부터 의사협회장 선거, 의대 정원 감원 논의 등 굵직한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촉진하는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의 시발점이 된 의대 증원 문제는 지난달 31일 2025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이 시작됨에 따라 일단락됐다. 수시 미충원 인원 105명이 정시로 이월되면서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 온 증원 중단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이제부턴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 됐다.
탄핵정국 속 2026년 의대정원 감축 논의
당초 지난해 2월 정부가 계획한 증원 방안은 의대 입학정원을 5년간 매년 2000명씩 늘려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확충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이같은 증원 규모에 대한 산출 근거나 관련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마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되면서 사실상 정책 추진동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이에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에선 야당 중심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축이 가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우·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은 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와 지역 단위 수급을 전망하고 적정 인원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강 의원 안의 경우 부칙에 이전 의대 증원으로 사회적 부작용 등이 발생했을 때 정원을 감원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특례조항을 담아 2025학년도에 1509명 늘렸던 의대 정원을 다음 연도에 그만큼 줄이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이 의대 정원 감원 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를 도울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수급추계위원회가 복지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이 각각의 입장 차이를 줄여야 하지만 갈등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공감하는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체계를 마련하고 지역·필수 의료가 더는 소외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의료 개혁 추진 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초안 공개 임박
정부는 특히 해를 넘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내놓겠다는 목표다. 그중에서도 실손보험 및 비급여 개혁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그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는 그간 가격과 사용 권한 등이 사실상 의사 재량에 맡겨져 왔다. 그러다 보니 개원가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활용됐고, 국민 대다수가 비급여를 보상해주는 실손보험에 가입하면서 결국 과잉 진료와 실손보험료 상승, 도덕적 해이, 의사들의 인기과 쏠림과 기피과 붕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특히 급여와 비급여 항목의 병행 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을 빠른 속도로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됐다. 정부가 지난해 의료사태 이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지원한 재정 부담만 이미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는 전공의 지원 예산마저 대폭 감축되면서 이제는 재정 악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도수치료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실손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해 문제가 있는 비급여 항목은 퇴출하고, 일부 항목은 급여와 병행 진료를 제한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 통제가 현실화하면 당장 수익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개원가 단체가 대거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의사의 진료권 위축, 환자의 의료선택권 제한 등과 같은 피해를 우려하지만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비급여에 의존해 왔던 입장에선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입자들로부터 1세대 실손보험을 재매입하고, 본인 부담률을 높인 5세대 실손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실손 재매입은 보험사가 1세대 가입자들에 일정 보상금을 주고 새로운 실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가입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야기해 결국은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없애야 한다는 덴 수긍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보험사의 손실을 줄여주고 병원과 환자들에겐 손해를 요구하는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유일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새 수장을 뽑는 투표가 이날부터 개시된다. 5명의 후보 가운데 선출될 새 의협회장은 정부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와 3월 전공의 수련 개시, 의대 수업 정상화 등을 놓고 의정 갈등의 향방을 이끌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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