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기다리며 마을 배회
유족 동의하에 서울로 이송해 보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일가족 9명을 잃은 반려견 '푸딩이'가 결국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됐다.
반려견 푸딩이의 주인은 사고 여객기인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의 최고령 탑승자인 전남 영광 군남면 용암마을 거주자 A씨(78)의 다섯 살 난 손녀 B양이었다. B양은 이 마을의 유일한 미취학 아동이었다. A씨 내외는 두 딸과 손자·손녀, 친인척 등 3대 일가족이 내년 팔순 잔치에 앞서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또래 친구가 없었던 B양에게 푸딩이는 반려견 이상의 유일한 친구였다.
사고 후 반려견 푸딩이는 A씨 집 앞을 배회하며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딩이는 마을 인근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오가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바라보거나 마을회관 앞을 들러 기웃거리는 등 마치 가족을 찾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주민들이 푸딩이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려 하면 푸딩이는 처음엔 따라오는 듯하다가 결국 자기 집으로 되돌아가 데려올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동물권단체 케어가 나섰다. 케어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푸딩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케어는 푸딩이의 사연을 언론 보도와 제보로 접하고 혼자 남은 푸딩이가 걱정돼 전남 영광으로 내려갔다. 서울에서 4시간 걸려 영광에 도착한 케어는 도착과 동시에 마을회관 밖에서 조용히 앉아 가족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의 푸딩이를 만날 수 있었다.
케어는 "푸딩이 보호자 없이 마을을 배회하는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구조했다"며 "장례식장에 계신 유가족분들과도 통화했고 우선 케어가 보호하기로 했다"면서 구조 당시 영상을 올렸다. 또 "푸딩은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렸고 마을에 들어오는 차를 연신 쳐다봤다"며 "적절한 보호자가 나타날 때까지 동물권단체 케어가 푸딩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어는 푸딩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또 다른 소식을 댓글로 전했다. 푸딩이가 닭뼈, 양파, 김치 등을 토해냈다는 것이었다. 이에 케어는 "푸딩이가 집 없이 배만 채우는 것은 보호가 아니다"라면서 "안전히 담보되지 않은 방견처럼 보호자 없이 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유가족과 협의해 일단 서울에서 보호하고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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