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민주화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만델라의 영혼이 평화로운 휴식에 들어갔다며 그의 타계 소식을 알렸다.
남아공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었던 만델라는 인종차별정책에 항거하다 27년간 감옥에 수감돼 강제 노역에 시달리면서 폐결핵 등을 앓게 됐다.
만델라는 폐 감염증으로 지난 6월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 심장병원에 입원해 3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이후 병세가 호전되며 9월 퇴원했으나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 외에도 만델라는 수감생활 중 눈, 전립선 등의 질환에 걸려 고통을 받았다.
그는 불의에 저항하는 투사였으며, 두 개의 인종으로 나뉜 남아공을 하나로 합한 위대한 정치인이었다.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격리)에 맞서 격렬히 싸웠다. 만델라는 초기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비폭력 평화 투쟁을 전개했지만, 남아공 정부가 무자비한 폭력으로 흑인들을 탄압하자 사보타주(sabotage·태업) 등을 벌이며 적극적인 저항의 길을 걸었다. 남아공 정부는 그에게 내란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정치범으로 27년간의 수감 세월을 저항운동으로 보내면서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수감시절은 남아공에 사는 흑인들에게 있어서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의 기간이었으며, 남아공 바깥 사람들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양심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석방된 뒤에 만델라는 분열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어 그가 꿈꿨던 무지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그는 수감시절 남아공을 새로운 나라로 만드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라는 것을 깨닫고, 여러 색깔이 함께 어우러진 무지개처럼 남아공의 모든 인종을 끌어안는 조국을 꿈꿨다.
그는 자신을 석방한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대통령과 함께 흑백 화합의 길을 열었다. 남아공을 다인종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헌법적 기틀을 만든 공로로 만델라와 데클레르크는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만델라는 흑백 분열의 갈등을 치유하는 한편으로 흑흑 갈등 해결에도 앞장섰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민통합 및 화해촉진법을 제정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망각하지 않는 용서'를 실천에 옮겼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남아공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며, 남아공 경제 부흥을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호소했다.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중동 문제 및 에이즈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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