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이벌 삼성·애플 지역별 장악력 뚜렷…집토끼 지키면서 산토끼 잡기 격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갤럭시는 유럽·중국 vs 아이폰은 미국·일본'
글로벌 라이벌인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의 시장 장악력이 지역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이 유럽과 중국에서 애플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과 달리 애플은 미국과 일본에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삼성과 애플의 지역별 공략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집토끼를 지키면서 산토끼를 잡기 위한 양 사의 전략은 삼성·애플 글로벌 격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3일 시장조사기관 칸타르 월드패털 컴테크가 지난 10월 10개 국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애플 iOS는 일본, 미국, 호주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iOS는 일본에서 61.1%로 OS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미국과 호주에서는 각각 40.8%, 35%에 달했다. 미국, 호주 모두 iOS 점유율이 안드로이드보다 10∼20%포인트가량 낮지만 조사 대상 10개 지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유럽과 중국에서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안드로이드는 중국 78.1%, 독일 77.5%, 영국 55.5%, 프랑스 68.1%, 이탈리아 68.8%, 스페인 90.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5개국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9%로 집계됐다. 안드로이드는 삼성 갤럭시가 선두주자임을 고려하면 갤럭시의 선전이 안드로이드의 높은 점유율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조사별 점유율을 봐도 갤럭시와 아이폰의 호불호는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은 3분기 전 세계 6개 권역에서 모두 휴대폰·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지만 애플과의 격차를 크게 벌린 유럽과는 달리 북미에서는 점유율 차이가 미미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3분기 북미 시장에서 삼성은 33.5%의 점유율로 애플(33.4%)을 불과 0.1%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반면 서유럽 시장에서는 44.2%의 점유율로 애플(18.3%)을 25.9%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중앙·동유럽 시장에서도 삼성이 47.7%, 애플이 10%로 점유율 격차가 37.7%포인트에 달했다.
중국과 일본의 엇갈린 실적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SA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3분기 중국에서 21.8% 점유율로 애플(4.8%)을 압도하며 1위 자리를 지킨 반면 일본에서는 9.9%에 그치면서 애플(38.1%)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양 사의 시장 장악력이 지역별로 이처럼 다른 것은 각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가 다른 탓이다. 삼성은 북미와 함께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오랜 기간 문화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브랜드 선호도를 높여왔다. 유럽인들이 개방형 OS에 호의적인 것도 갤럭시가 아이폰을 앞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고가부터 저가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애플은 안방인 미국에서 두터운 팬층과 함께 '애국주의'에 힘입어 주도권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 제품에 우호적인 소비 성향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집토끼' 유럽·중국 지키기와 '산토끼'인 미국·일본 잡기에 동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NTT도코모가 아이폰을 도입하자 다른 이통사인 KDDI를 통해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를 출시했다. NTT도코모가 삼성, 소니 투톱 체제에서 벗어나 아이폰5s를 출시하자 다른 이통사를 통해 전략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사장)이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목표를 밝히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에서 갤럭시S4 발표 행사,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등을 열고 최대 전자제품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와 협력해 1400여개 매장에 숍인숍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북미통신법인(STA) 법인장을 7년 만에 교체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중국에서는 삼성이 1위, 2위 통신 시장인 미국에서는 애플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삼성은 미국, 애플은 중국을 공략하면서 양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