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에도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은 물론 친노 진영을 제외하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지만 증시에선 달랐다. 잊혀졌던 옛 테마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을 뿜었다. 심지어 10대 1 감자라는 하한가급 악재를 내놓은 종목조차 상한가로 직행했다.
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바른손이 2일 장 시작과 함께 나란히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들은 장중 상한가가 잠시 무너지기도 했지만 막판까지 상한가를 지켰다.
지난 주말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테마주 심지에 불을 붙였다. 문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열고, 잇단 대(對)여공세로 정치권에 파장을 던졌다. 지난 대선후보의 강경행보에 여권은 물론 야권도 요동치면서 테마주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다.
이 결과, 지난 대선 때부터 엉터리 테마로 지목받던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이 중심이 돼 다시 문재인 테마 바람이 일어난 것. 두 종목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집도했던 우리들병원과 관계사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의 대장주 노릇을 했다. 두 종목 모두 김수경 우리들병원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다. 노 전 대통령의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은 김 회장의 전 남편이다. 지난해 김 회장 부부의 이혼으로 우리들생명과학 및 우리들제약과 문재인 의원 간 연결고리(?)는 끊어진 셈이다.
우리들 형제 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테마주들의 테마 합류 이유도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함께 상한가를 쳤던 바른손은 문 의원이 몸담았던 법무법인과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또 다른 테마주인 위노바는 우리들병원 김 회장의 아들이 최대주주란 이유로, 조광페인트는 대표이사가 문 의원과 고교(경남고) 동창이란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특히 조광페인트는 문 의원과 관계설에 대해 조회공시에서 부인 답변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테마 바람은 일반 상식을 뛰어넘었다. 정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수급에 의해 움직이다 보니 논리적 해명보다는 해당 정치인의 인기와 이슈에 좌우되는 모습이다.
이번 문재인 바람은 우리들생명과학의 대형 악재도 묻어버렸다. 우리들생명과학은 지난달 29일 장 종료 후 10대 1 감자안을 발표했다. 보통 상황이라면 다음 날 바로 하한가를 갈 만한 악재다. 하지만 우리들생명과학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며 테마주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 같은 정치테마주 조기 과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화뇌동하기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난달 말 안철수 의원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안철수 테마주들이 움직였지만 막상 기자회견을 전후해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밀렸다"며 "2일 동반급등했던 문재인 테마주들도 3일 장 시작과 동시에 조정을 보이는 등 선거가 많이 남았듯이 아직 정치테마주가 본격 부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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