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발생·논란 과정 해마다 똑같아…관리 불신·안이한 대처·난이도 조절실패가 원인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지은 기자] 올해도 수능 문제 및 정답과 관련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의 제기 및 확산 과정은 과거와 비슷하다. 수험생과 입시업체, 언론 등에서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면 출제를 맡은 교육과정평가원이 즉각 '이상 없음'이라고 반박하고 이에 대한 재반박과 추가 오류의혹이 제기되는 식이다.
해마다 이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출제위원 선정과 관리감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평가원의 미온적이고 안이한 대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후유증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영어 B형 39번이 사설 학원 교재와 거의 같게 출제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부실출제'와 출제위원들의 자질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수험생들은 "학원 교재의 문제를 그대로 베꼈다니 사교육을 안 하는 수험생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란 말인가" "한 달간 감금생활하면서 문제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이렇게밖에 출제를 못하나"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능 출제와 관련한 논란은 과거에는 수능 출제본부 위치 유출이나 학원강사의 출제위원 참여 등이 문제가 됐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의혹이 크게 줄어든 반면 문제의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김동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사무총장은 "영어 문제 논란은 학원가 기출문제 여부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오류"라며 "항상 'EBS 교재에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평가원의 해명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오류 시비가 빚어지고 있는 세계지리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 과목은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배우는 것이 주목적인데 그러한 변화 추세를 무시한 정답 판정은 교육의 본목적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평가원의 사전 예방과 사후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평가원은 올해에도 문제와 정답에 대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면 하루도 안 돼 즉각 보도자료를 내어 실무진 검토 결과 이상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영어 B형 39번은 이의신청이 한건도 없었고 수학 A형 18번은 단 1건의 이의신청이 있었던 문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의혹을 반박했다. 이의신청 접수가 없고 평가원이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수험생으로서는 소송을 해도 승산이 없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의신청이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의신청 접수 단계에서부터 중대한 사안은 관련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도록 절차를 바꿨다. 그러나 세계지리 8번의 경우 이의신청이 들어왔지만 실무위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먼저 내린 뒤에 한국경제지리학회, 한국지리ㆍ환경교육학회에 자문을 구했다.
평가원의 부실 대응은 해마다 지적되고 있다. 2008학년도 수능 때에는 당시논란이 됐던 물리II의 11번 문제에 대해 실무위 차원에서 '이상 없다'고 결정을 했다가 결국 4번과 2번을 복수정답으로 번복했다. 이로 인해 1016명의 수험생의 등급이 올라갔고 정시모집이 연기되는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2009학년도에도 지구과학 19번 문제를 두고 평가원이 처음에는 '이상 없다'고 했다가 천문학회 자문을 받아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2010학년도부터 작년까지는 매년 이의신청이 줄을 이었지만 평가원 주장대로 '이상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에는 수능 난이도 실패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한 점이 아쉬운 수험생들로서는 오류가능성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지리 8번의 경우 배점이 3점이고 이 과목을 택한 수험생은 2만8000여명에 이른다. 상위권의 경우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려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교사인 채용석 배명고 교사는 "매년 수백건의 수능 문제 이의신청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능 출제 과정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제 과정에서 출제는 교수가 하고, 검토는 교사들이 하는데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의견이나 이의를 제시한 것에 대해 교수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문제가 수능 이후 이의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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