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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규모' 영화산업, 뒤에서 눈물 흘리는 영화스태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열악한 노동현실의 축소판
연평균 임금 916만원에 그쳐…연출·제작부는 554만원으로 가장 열악
야간까지 촬영해도 임금달라 소리 못 해
임금체불도 비일비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영화감독을 꿈꾸며 3년 전 영화판에 뛰어든 이모(남ㆍ32세)씨. 꿈을 좇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3년 간 벌어들인 돈이라고 해봐야 고작 3000만원. 영화 한 편을 끝낸 후 다음 영화를 바로 찍는 것이 불가능한 영화판의 생리 때문에 임금이 들어오는 시기도 비정기적이다. 영화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도 다반사. 중간에 영화가 엎어져 임금을 받지 못하고 '털고 나와야하는' 경우도 여러 번 목격했다.

'한국영화 1억 관객시대', '영화산업 1조 규모 돌파'. 화려한 영화산업의 뒤에 가려진 영화스태프들의 현실은 이씨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고용불안까지. 열악한 노동시장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성공을 함께 일궈낸 대다수 스태프는 여전히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열악한 처우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2일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영화스태프 5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1년 동안 이들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평균 1107만원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CG 등 후반작업 분야를 제외한 팀장급(퍼스트) 이하 스태프들의 연평균 수입은 916만원에 그쳤다.

이씨처럼 연출ㆍ제작부에 속한 스태프들의 임금은 평균 554만원으로 소득이 가장 적었다. 이씨는 "배우 캐스팅부터 장소 섭외까지 영화가 크랭크인하기 전 수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연출부의 경우에는 일의 경계가 모호해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영화스태프의 임금이 열악한 데는 영화 한편을 끝낸 후 다음 영화를 곧바로 시작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일하지 않는 동안에는 사실상 수입이 제로이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한 달에 200만원 가량을 받는다 해도 1년으로 계산하면 1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영화산업협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스태프들은 연간 1.95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한다. 영화 제작기간이 보통 3~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8개월 정도 일하는 셈이다.


노동강도도 세다. 영화 스태프들은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을 일한다. 주 단위로 환산하면 평균 75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법적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크게 상회한다. 야간촬영도 많지만 수당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씨는 "자정까지 촬영하기로 했다가 새벽 3~4시까지 촬영이 지연돼도 초과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 영화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중간에 영화 제작이 무산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국영화산업노조에서 운영하는 영화인신문고에 신고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지난해 41건을 기록했다. 임금체불액은 9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영화산업노조 관계자는 "인맥으로 일을 따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제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상은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처우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근로시간, 시간당 임금 등을 명시한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급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미미하다. 2012~2013년에 개봉된 영화 57편 중 표준근로계약서를 채택한 영화는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본부 차원의 근로감독을 실시한 적이 없다.


영진위 관계자는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영화스태프의 근로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4월 노사정이 표준근로계약 작성에 합의한 만큼 미흡하긴 하지만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거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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