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핵심 쟁점..기사당 "총선 재실시도 감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최저임금제를 비롯한 노동계 문제 때문에 독일 기독민주당(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연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에서는 총선 재실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당초 연정 합의 시한으로 삼았던 27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기사당 사무총장은 19일 여섯 번째 연정 협상을 마친 후 "생각했던 것보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최저임금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사민당이 연정 협상을 시작하기 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던 10가지 요구사항 중 최우선 요구사항이었다. 연정 구성의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사민당은 연정 협상에 들어가기 전 독일 전역에서 시간당 8.50유로의 최저임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민당은 산업군과 업무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민당의 안드레아 날레스 사무총장은 양 측이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지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또 어떤 예외 규정을 둘 것인지 문제를 두고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측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민당 지도부가 연정 협상과 관련해 당내에서 비난을 받았고 좀더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연정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의 랄프 스테너는 기민당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나 채무 확대를 거부하고 있는 기민당이 재정을 이유로 사민당의 정책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어떤 연정 합의에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은 막판이나 돼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당 지도부는 연정 협상이 좌초된다면 새로 총선을 치르는 것도 감수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헤르만 그로헤 기사당 사무총장은 "연정 협상이 성공적이기를 기대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다시 결정을 물어야 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은 27일까지 연정 합의를 이끌어내고 크리스마스 이전에 정부 구성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사민당은 연정 합의안이 마련되면 투표를 통해 당원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 2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일 공개된 독일 잡지 스턴과 RTL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에 대한 지지율이 41%를 기록했다. 9월22일 총선 당시 득표율 41.5%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사민당의 지지율은 총선 득표율보다 1.7%포인트 감소한 24%를 기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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