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사업 제안 거절한 뒤 비슷한 사업 추진
미래부 "비슷할 뿐 다른 사업" 해명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권용민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목표로 혁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며 창조경제타운 사이트까지 오픈한 미래부가 오히려 창의적 발상을 가로챈다는 지적인 것이다. 미래부는 개념만 비슷할 뿐 다른 사업이어서 아이디어 도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부가 시작했거나 구상 중인 사업이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NFC 택시안심서비스'와 '분쟁광물 원산지 파악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 택시안심서비스는 스마트폰을 택시 좌석에 부착된 태그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이용자의 위치, 택시회사, 차량번호, 연락처 등을 이용자가 지정한 지인들에게 문자를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근접통신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미래부가 개발해 오는 12월부터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하지만 비슷한 서비스가 안심승차서비스 업체인 보형엠지로에 의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보형엠지로는 2년간 총 3억여원을 투자해 해당 기술을 개발, 지난 5월부터 부산시 내 개인택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보형엠지로는 지난 7월 미래부에 이 기술을 수도권에서도 적용할 것을 건의했고 미래부가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산하기관인 인터넷진흥원을 통해 비슷한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이 서비스 도입은 미래부가 각 지자체들에 먼저 제안했다. 제안시점도 지난 7월 말에서 8월쯤으로 보형엠지로가 미래부에 제안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보형엠지로 관계자는 "미래부가 우리 아이디어를 모방한 기술을 개발해 홍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시스템 차이 ▲서비스 확산 한계 ▲유지보수 문제 등 세 가지가 다른 만큼 아이디어 모방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래부가 시행하는 방식은 정보나 기술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이를 활용해 또 다른 서비스나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보형엠지로의 기술은 해당 사업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부가 추진하는 '전자ㆍ통신분야 분쟁광물 규제 대응'도 민간 개발자 A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분쟁광물은 분쟁지역인 콩고와 인근 국가에서 생산된 주석과 탄탈룸, 텅스텐, 금 4대 광물을 뜻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분쟁광물 사용을 막기 위해 사용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국내 전자부품업체와 제조사들도 영향권에 드는데 1차, 2차, 3차 협력업체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어 원산지 파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A씨는 쉽고 빠르게 원산지를 추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 7월 상용화 지원을 받기 위해 '국민 신문고'에 아이디어를 올렸으나 미래부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재심 요청을 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해보라"며 또다시 거절당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분쟁광물 규제 대응 관련 사업에 관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이 아니다'는 설명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A씨는 "소관이 아니라던 미래부가 분쟁광물 관련 예산까지 책정해놓은 것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사업보고서를 내고 시연까지 다 했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소관이 아닌 부서에서 아이디어 제안을 받아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KEA 측은 "같은 원산지 추적 시스템이라도 공공기관과 민간은 만든 목적이 다르며 이미 시스템은 해외에서 상용화된 기술"이라며 "아이디어 도용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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