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까지 기다리게 했던 푸틴, 한국서도 예외없이 '지각'(종합)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한국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30분가량 지각하면서 국제외교 무대에서의 악명 높은 습관을 고집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일행은 당초 오후 1시 청와대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으나 30분쯤 늦어 정상회담, 협정서명식, 기자회견, 정상 오찬 등 이후 모든 일정이 30분씩 미뤄졌다.

이날 새벽 3시쯤 한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서울에서 휴식 시간을 갖고 일부 일정을 소화한 뒤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동 중 대한삼보연맹 관계자와 도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을 발견하곤 차에서 내려 이들과 악수를 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보는 러시아의 국기 무술이며 푸틴 대통령은 국제삼보연맹(FIAS) 명예 회장이다.

'약속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 뜻대로 움직이는 푸틴 대통령의 스타일은 국제사회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ㆍ러 정상회담 때도 박 대통령을 1시간 넘게 기다리게 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2000년 한ㆍ러 정상회담에는 45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40분 늦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는 무려 4시간이나 늦었는데, 회담장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한 무리의 러시아 오토바이 마니아들과 "한 잔 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측이 밝힌 바 있다.

그 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40분을 기다렸고 사울리 니니스토 핀란드 대통령은 2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40분 동안 푸틴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