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씨팔눔이....!” 마침내 참고 있던 사내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동안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최대한 점잔을 빼고 있던 그였지만 더 이상 이장의 나풀거리는 입을 막지 않으면 잘 되자고 연 경로잔치가 되려 고스란히 똥물 뒤집어쓰는 꼴이 되고 말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보스인 송사장 얼굴을 보니 불편한 기색이 말이 아니었다.
“개새끼, 주둥아릴....!” 사내는 양복 윗옷을 벗어 휙하고 땅바닥에 내팽개쳐 버리고는 번개처럼 이장 운학을 향해 달려갔다. <차차차 파라다이스> 상무에서 다시 예전 수도 고치는 사내로 돌아온 것 같았다. 워낙에 키가 큰 데다 화까지 잔뜩 나있던 터라 이장에게 달려간 그는 화난 멧돼지 똥개 해치우듯 이장의 멱살을 단숨에 잡고 들어올렸다.
“머시 머시라....? 주둥이라고 달렸으니까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싶단 말이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해도 가려서 해야지. 이 새끼가.... 그래도 친구랍시고 오냐 오냐 해줬더니만 꼴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 이 병신 새끼야!” 그러구는 대롱대롱 매달린 이장의 아구창을 향해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릴 기세로 눈을 부릅떴다.
“워메, 그래, 쳐라, 쳐! 한번 쳐봐! 이 씨팔 새끼가....!” 사내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이장 운학이 입만 살아서 소리쳤다. 멱살이 잡혀 캑캑거리는데다 눈엔 벌겋게 핏발까지 올라 있었지만 입만은 지지 않고 있었다.
“아, 이걸, 그냥.” 그런 운학을 향해 사내는 주먹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지만 더 이상 어쩔 수는 없었다. 한 대 때렸다가는 일이 어떻게 꼬여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 되어가는 밥에 콧물 떨어뜨릴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머리에 계산이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그는 휙하고 운학을 땅바닥에다 내동댕이치고는 마치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졌다는 듯 손을 탁탁 털면서, 다시 젠 체 점잖은 목소리로 돌아가서 꾸짖기라도 하는 양 말했다.
“야, 니나 정신 차려, 이 눔아! 동네 어르신들이 다 지켜보시는 데 이장이란 작자가 벌건 대낮에 술이나 쳐먹고 행패를 부리는 게 부끄럽지도 않누?” 그리고는 이층집 영감과 운학을 번갈아 쳐다보며,
“니가 저 영감탱이네 딸년 쫒아다닌다는 이야긴 다 알고 있어. 니가 지금 이 지랄 떠는 것두 이 딸년 때문이겠지. 말해 봐? 내 말이 어디 틀렸능가? 기도원이니 수도원이니 니가 알게 뭐냐? 동네 팔아먹으려 설치는 놈은 니야, 알겠니? 너라구...!” 하고 입을 이죽거리며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그의 입에서 이층집 여자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운학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런데다 동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년, 저년 소리까지 나오자 운학은 거의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넘어져있던 땅바닥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킨 운학이 날아갈듯이 사내를 향해 덮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야, 최기룡이! 니 놈이....! 니 놈이 우리 동네 개들 쏘아죽였지?” 날아가면서 운학이 소리를 질렀다.
“응....?” 순간,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설마하니 운학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었다.
“다 들었어. 다 들었다구!” 운학이 소리쳤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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