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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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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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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었을까. 하림의 눈길과 마주 친 사내의 눈빛에서 무언지 모르게 차디찬 비웃음 같은 게 느껴졌다.
‘상무....?’
느닷없이 상무라니.....? 그게 무슨 뜻일까. 거기에다 현장소장이라니....?
하림의 머리 속에는 그날 밤, 죽은 개를 끌고 이층집 영감의 울타리 밖에다 던져두고 오토바이를 타고 총총히 사라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곧 하림은 차츰 머리 속이 전기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전쟁통에 붙여준 계급장처럼 수도 고치는 사내가 갑자기 차차차 파라다이스 개발회사의 상무 계급장을 달고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쓸모가 있었다는 뜻이었고, 동시에 그것은 그들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맞아. 그랬군.’
하림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민들레 뿌리를 통째로 씹은 것처럼 입맛이 썼다.
겉으로 복잡하게 보여도 알고 보면 또한 쉬운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였다. 인간이란 동물이 움직이는 형태를 살펴보면 거의가 돈과 이성에 대한 욕망에 의해 결정이 되는 법이다. 아무리 아리송한 범죄도 그 두 가지만 따라가면 대충 십에 아홉은 실마리가 풀리게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사내는, 이제야 그의 이름이 최기룡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송사장과 작당하여 멀쩡한 동네 개들을 쏘아죽이고 그것을 이층집 영감 울타리 밖에다 던져두었던 것이다.


이유는....?
생각해보나마나였다. 영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그 일로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하여 그들 부녀를 이곳에서 쫒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차차차 파라다이스>를 순조롭게 들여오기 위해서일 것이다. 더구나 남경희의 말에 의하자면 맹지나 다름없는 <차차차 파라다이스> 자리에 <차차차 파라다이스>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층집 부녀 소유의 기도원을 짓겠다는 바로 그 땅을 사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조건으로 대신 송사장은 그에게 상무와 현장소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이제 모든 의문은 풀렸다. 열쇠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삼인조 벤드가 다시 신나는 가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요!”
소연이 하림의 팔을 툭 치며 채근을 했다.
하림은 쓰디쓴 입맛을 다셨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나설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따져보면 텔레비젼 드라마의 나쁜 놈을 보고 흥분하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흥분해도 드라마는 드라마 마음대로 흘러가게 마련이었다. 남경희에겐 좀 안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그날 밤, 그 현장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소연이와 함께 경로잔치 판을 뒤로 하고 마악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따앙~!’
등 뒤에서 느닷없이 벼락이라도 떨어지듯 한발의 총성이 귀청을 때렸다.
느티나무 잎사귀가 푸르르 떨릴 정도로 큰소리였다.
긴 여운이 청명한 공기를 뚫고 한동안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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