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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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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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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다....?’

오늘 그곳에 송사장이란 작자가 나타난다니까 그의 상판도 볼 겸 마음 같아선 슬리퍼라도 꿰어차고 가서 슬슬 불청객인양 기웃거려보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이 일었지만, 오라는 놈도 없는 판에 불쑥 끼어들기도 뭣했다. 그런데다 노인라면 모를까 새파란 놈이 경로잔치에 기웃거리는 것도 여간 계면쩍은 일이 아닐 것이었다.


하림은 하릴없이 다시 자리에 벌렁 누워버렸다. 하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별 일이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문자 그대로의 경로잔치일 가능성도 높았다. 송사장이란 작자가 마을 노인네들을 꼬시기 위해 잔치를 연 판이었고, 어차피 그런 일이란 게 밥이나 먹고 술이나 한잔 돌리고 쿵딱거리다가 지나가면 그 뿐인 그런 일일 터였다. 그러니 괜히 초반에 나타나 기웃거리는 것보다야 굿이 끝나고 나중에 누가 부르면 못 이기는 체 가서 밥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림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누워있는데, 현관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하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뜻밖에 현관문 앞에 소연이가 서있었다.

“아니, 너....!” 하림은 후닥닥 몸을 일으키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놀랐죠?” 소연이 약간 겸연쩍은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아니, 웬일....?”


“호호호. 어제 밤에 왔죠. 산책 갔나 했어요.”


“아, 그랬군. 들어와.” 하림이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하림을 보고 소연이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핼슥해져서 그런지 그새 나이가 좀 든 것처럼 보였다.


“이장 아저씨가 하림이 오빠도 불러오랬어요. 저기 시끄러운 소리 들리죠? 지금 경로잔치 한다고 난리예요. 음식도 잔뜩 차려놓았구요.” 소연이 들어오는 대신 신발도 벗지 않고 문가에 그대로 서서 말했다.


“이장님이....?” 이장 운학이 자기를 부른다는 말에 하림이 갑자기 정신이 든 사람처럼 말했다. 하긴 동네 잔치니 혼자 사는 사람을 이장이 부른다고 하등 이상할 거야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그 자리에 모일 면면들이 그냥 밥이나 먹고 술이나 한 잔 나누고 헤어질 그럴 분위기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림이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소연이 다시 채근이라도 하듯 말했다.


“갈 거예요, 어쩔 거예요?” 어쨌거나 그렇지 않아도 근질근질하던 판에 이장이 부른다니 사양할 일은 아니었다.


“알았어.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한 다음, 하림은 바람막이 잠바를 하나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소연이 앞 서 가고 하림이 뒤를 따랐다. 마당을 가로질러 울타리 밖으로 나오자 비로소 생각난 듯이 소연이의 작고 동그마한 등 뒤을 향해 말했다.


“참, 아주머니는 어떻게 되셨어? 언니 말이야.”


“이제 마악 중환자실에서 나와 회복 중이예요.” 소연이 여전히 같은 보조로 앞을 향해 걸으며 말했다.


“수술은 잘 됐어?”


“왼쪽 머리 부분이 터졌는데 다섯 시간이나 수술을 했어요. 의사 말루는 괜찮대요. 아직 말은 잘 못하시지만.....”


“다행이네.”


“하지만 완전 회복을 어렵대요. 퇴원해도 정상적인 활동은 어려운가 봐요.” 소연이 돌아보며 말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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