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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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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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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강처럼 흐른다는 말이 있지만 지나놓고 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세월인지도 모른다. 하림이 만화대본에 열중하는 동안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러가버렸다. 그사이 사촌언니를 따라 서울로 간 소연에게서 간간히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곤 했다.

‘하림 오빠! 잘 있어요? 혼자 밥은 잘 해 먹구요?’ 그런 남다른 걱정에서부터,


‘병원 지하 식당. 비가 오네요. 보고 싶어랑~!’ 라는 식의 투정,

‘언니는 머리 수술 후 중환자실에 아직 있구요.... 언니 아들의 마누라, 내게 어떻게 되나 ㅋ^^, 왔다가 감. 어디 다니는데 담주에 교대해 주겠대여.’ 하는 소식까지 간간히 담아 날려보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보내는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녀다운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소연이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올 때면 하림은 잠시 하던 작업을 멈추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곤 하였다. 메시지란 하나의 마법과도 같았다. 보이지 않는 먼 허공 속을 날아와 바로 옆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걸어오는 마법. 사람들은 어느새 그런 마법이 일상이 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조심해! 밥 잘 챙겨먹고....’


‘여긴 조용. 난 열심히 작업 중이야.’ 그녀의 메시지를 받고 하림 역시 하나마나한 답장을 보내곤 했다. 그런 중에 어느 날, 전혀 다른 어투의 메시지가 하나 섞여 날아왔다.


‘하림아! 잘 있니? 얼굴 잊어버리겠다. 그러고보니 겨울 지나고 처음이네! 미안해. 가져간 일은 잘 되고 있어? 그리고 나 말이야, 미장원 처분했다!’ 뜻밖에 혜경이로부터 날아온 메시지였다. 혜경의 메시지는 마치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일처럼 낯설게 들렸다.


‘응. 왜?’ 하지만 하림은 자신의 감정을 감춘 채 거두절미 황급히 답장을 날렸다.


‘말 안했어? 선배 언니가 있는 아프리카로 가기로 했다고 말이야. 너도 같이 갈래?’
말투가 그래도 여유있고 장난스러웠다. 미소 짖는 그녀의 쌍거풀 진 눈과 볼우물이 떠올랐다.


‘진짜였어?’


‘그럼? 농담인줄 알았어?’ 메시지는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금세 날아가고 날아왔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직접 전화로 하면 좋을 것을 왜 메시지로 하는지 자기도 그녀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보면 문자 메시지란 게 암호처럼 약간은 추상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추상성 뒤에 둘다 자기의 맨얼굴을 숨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은하는 잘 있어?’ 조금 있다 하림이 문득 생각난 듯 문자를 날렸다.


‘응. 지네 고모네 집에 가있어. 하림 아저씨가 보고 싶대.’ 곧 혜경의 답 문자가 날아왔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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