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11)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11)
AD

수도 고치러온 사내, 최기룡은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영감이 또라이라고 하지만 벌건 대낮에 대놓고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기회에 확실하게 영감의 기를 꺾어놓아야 다음 일이 순조롭게 되어갈 수 있으리란 판단도 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동네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현장소장인 그에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더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층집 영감 바로 앞 한 걸음도 채 되지 않는 지점에 이른 최기룡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는 영감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곧 그의 입가가 비틀어지며 냉소 같은 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사내는 재빨리 영감의 손에서 엽총을 나꿔채었다. 아니 나꿔채려는 순간이었다. 이장 운학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만 둬! 야, 최기룡이....! 이 새끼!” 어디서 나타났는지 술이 잔뜩 취한 얼굴로 사내를 향해 다짜고짜 고함을 지르며 뛰어든 사내, 운학 이장이었다. 영감에게서 마악 엽총을 나꿔채려 손을 내밀었던 사내는 그 소리에 순간 도둑질하다 들킨 놈 모양 움칠하면서 동작을 멈추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장에게로 향했다.


“흥, 언제부텀 니가 쟤들이랑 한 통속이었나?”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이층집 영감과 사내를 향해 걸어가며 운학이 소리쳤다.

“설마하니 네 놈이 저기 쓰레기 같은 송사장 똥구녕 핥아주는 사이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암, 귀신도 몰랐을거야! 수도 고치는 놈이 수도나 고치면 될 일이지 차차차 파라다이스 상무....?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구!”


“말조심 해.” 이장의 비웃음이 섞인 속사포 같은 공격에 사내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면서 낮게 씹어뱉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장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말조심....? 그래, 흥, 말조심할게. 넌 개자슥이다. 어쩔래? 넌 지금까지 친구인 나까지 속였어!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론 은밀하게, 그래 은밀하게 저 송사장이란 눔들하고 거래를 했어. 동네를 저 눔들한테 팔아먹은 거야. 아니야?”


“너, 정말 말조심 안 할거야?” 순간 하림만 느꼈던 것일까, 힐끗 돌아보는 사내의 눈에 번쩍 살기 같은 게 띄었다. 하림은 그날 밤의 광경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태연히 개를 쏘아죽이고 끌고 가던 그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술에 취한 운학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 말로는 한쪽 다리를 조국에 바쳤다고 하는 상이용사였다. 그깐 협박에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안 하면....? 안 하면 어쩔테냐? 개발, 개발 해쌓지만 그까짓 유원지 들어오면 동네 망해. 동네는 망한다구! 늬 놈들이야 한탕 치고 달아나면 그 뿐이지만 동네는 망한다구. 골프장 들어온다고 떠들썩하던 동네들 지금 다 어디로 갔나?” 그래 놓고 경로잔치에 모인 영감네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나 이장입니다. 이장 운학이라구요! 제발 찬물 마시고 정신 좀 차리세요! 아, 수백년 조상들이 지켜온 동네가 하루아침에 놀이터로 변해서야 말이나 되겠습니까? 땅값 오른다고 지랄 떨지만 쟤들 알고 보면 사기꾼들이예요! 알거지 사기꾼들이라니까요! 속으면 안 돼요!”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