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기 업무 30% 넘어 산은과 통합해야한다더니
정책금융 받은 기업 32만곳 분석해보니...기관별 지원영역 정체성 뚜렷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책금융공사와 보증기금간 중복지원 기업 비중이 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정책금융공사(정금공)를 산업은행에 흡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30%를 웃도는 중복지원문제를 꼽은 바 있다.
5일 정금공은 자사를 포함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기보에서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기업 32만개(총 신용공여 642조원, 2012년 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보의 보증을 이용한 기업 가운데 4.7%, 신보 보증기업 중 2.1%가 자사의 온렌딩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금공 관계자는 "기보와 신보의 경우 거래업체가 많아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 새로운 고객사를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같은 기업에 온렌딩대출이 지원돼도 대부분이 기존 사업이 아닌 신규 영역에 투자돼 사실상 중복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중복지원 문제는 올 상반기 정책금융체제 개편안이 추진될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금융기관 별로 기업을 선정하다보면 지원의 양극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중복지원이 궁극적으로 수요자 입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금공이 분석한 32만개 기업의 정책금융 이용 현황을 보면 정책금융기관별 정체성은 오히려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수은과 산은이 대기업 위주로 지원을 강화하는 반면 신·기보는 중소기업 영역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정금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수은의 신용공여 업체 수는 1330개에 불과하지만 기업당 평균 신용공여액은 500억8000만원에 달했다. 산은은 3408개 기업에 평균 234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반면 신보의 보증공급을 받은 기업 수는 7만2710개에 달했다. 하지만 평균 신용공급액은 3억7000만원 정도였다. 기보는 기업당 4억3000만원씩 3만4536개 기업에 공급했다. 정금공은 3만4536개 기업에 평균 43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중소기업 비중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은이 지원하는 중소기업(고용 300인 이하, 연매출 1000억원 이하) 비중은 금액기준 3.3%에 불과한 반면 신보의 경우 98.1%, 기보 역시 97.3%에 달했다. 산은과 정금공의 경우 각각 17.8%와 29.5%를 차지했다.
한편 기관별 신용공여 기업의 평균 업력은 수은이 22.3년으로 가장 길었다. 산은과 정금공은 각각 19.0년과 16.1년으로 나타냈다. 기보와 신보는 상대적으로 짧은 8.5년과 10.0년이었다.
정금공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의 기업지원이 뚜렷한 색깔을 띠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산은으로 통합될 경우 지원시스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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